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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Februar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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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공과대학, 입학에서 박사학위까지

1. 머리말

독일공과대학의 교육은 전세계적으로 모범이 된다고 볼 수 있고 한국으로부터도 20세기 초반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많은 유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이미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독일의 전역에서 많은 수의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독일의 학제는 우리 나라의 그것과 틀려서 처음 오는 사람 중에는 그 차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점을 알아보고 또한 한국유학생으로서 우리에게 어떠한 가능성이 주어지는 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아래에 기술되는 내용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현재 시행되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 독일의 학제와 학업이수

한국유학생의 경우 대부분 대학과정 또는 박사과정부터 시작하므로 대학입학부터 시작한다. 한국에서 대학과정을 최소한 2년 수료하면 대학입학자격이 주어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 독일의 대학입학준비과정(Studienkolleg)을 1년 마친 뒤 입학자격시험(Feststellungspruefung)에 합격하면 대학입학이 허가된다. 대학의 전과정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前디플롬(Vordiplom)과 主디플롬(Hauptdiplom)이 그것이다. 학업 이수기간은 두 과정 모두 합해서 8학기(4년)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실제로 이 기간 안에 학업을 모두 끝내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현재 독일에서 한 공과대학 학생이 학업을 마치는데는 약 12학기(6년)가 걸린다. 독일 대학에서의 학업이수 기간은 개인적으로 틀리므로 입학식과 졸업식이 분명하게 치러지는 한국의 대학제도와 차이가 난다. Vordiplom과정에서는, 수학, 물리, 화학, 역학과 같은 기초과목들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는 한국의 전공에 해당하는, 예를 들어 기계, 토목… 방향은 있지만 아직 전공(Fachrichtung)이 정해져 있지 않다. 독일에서의 전공은 우리 나라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어서 기계과 안에서도 일반기계, 기계제어, 소성가공 등과 같은 전공(Fachrichtung)이 따로 존재한다. Vordiplom과정에서 규정하는 예비시험(Scheinpruefung)과 본시험(Vordiplompruefung)을 치르면 그 다음의 Hauptdiplom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전공과목들을 배우게 된다. 교과과정 이수는 형식상 Vordiplom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예비논문(Studienarbeit)과 디플롬논문(Diplomarbeit)이 추가된다. 이 논문들은 대부분의 경우 대학의 해당 연구소(Institut)에서 쓰게 되는데 산업체에서 해도 인정되는 수가 있다. 총 26주의 산업체실습(Industriepraktikum)도 디플롬을 마치기 위한 필수조건인데 대학의 전과정에 걸쳐서 산업체에서 실습생(Praktikant)이나 방학중에 공장에서 일한 것(Ferienarbeit) 모두 합쳐 26주가 되면 만족되어진다. 디플롬시험(Diplompruefung)에 합격하고 디플롬논문(Diplomarbeit)이 통과되면 Diplomingenieur학위가 주어진다. 한국에서 4년제 대학과정을 수료하고 독일의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경우는 인정시험(Anerkennungspruefung)을 거쳐 Vordiplom과정이 인정되어 즉시 Hauptdiplom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산업체에 근무한 경험이 있으면 경우에 따라서 산업체 실습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오는 경우 역시 인정시험을 거쳐 직접 박사과정에 편입될 수 있다. 박사과정은 3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3. 공과대학의 연구소 제도

2장이 배우는 사람 쪽에서 본 학업과정이었는데 3장에서는 가르치는 쪽에서의 학제와 가르침의 주체가 되는 연구소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독일공과대학의 연구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집단이다. 공과대학의 학사운영은 철저히 연구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의 학사운영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Lehre)과 연구소 자체의 연구개발(Forschung und Entwicklung)을 함께 뜻한다. 원칙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학과(Lehrstuhl, 우리 나라의 학과와는 차이가 있으며 2장에서 말한 전공의 전부를 담당할 수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전공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 마땅한 우리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학과로 표현하였다.)가 맡는데 이 학과라는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하나의 추상적 존재로 보면 된다. 물론 학과를 담당하는 교수(Lehrstuhlinhaber)가 있고 일정한 공간이 그 학과에 주어지지만 여기서의 학과는 그 공간을 의미하지 않고 학생을 가르치는 집단을 의미한다. 학과는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하나의 연구소에 함께 포함되어 있고 학과의 교수가 연구소장(Direktor)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연구소와 학과 사이의 분명한 구분이 어렵다. 여기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과보다는 연구소인데, 학과를 포함한 모든 일이 연구소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연구소는 인적자원(연구원)과 물적자원(실험실습기자재) 그리고 공간(연구소 건물)을 함께 가지는 대학 안의 구체적 독립집단이다. 연구소의 장은 대개 대학의 정교수(Ordinarius)가 맡고 있으며 연구소의 운영에 있어서 연구소장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책임도 함께 진다. 연구소의 운영은 다음과 같다.

연구소의 일은 학생지도(Lehre)와 연구개발이다.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연구소의 인적구성은 연구소장을 비롯해서 여러 부서(Abteilung)를 관장하는 부서장(Abteilungsleiter)과 각 부서에 배치된 연구원(Wissenschaftlicher Mitarbeiter 또는 Wissenschaftliche Angestellte)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소에는 대부분 공작실(Werkstatt)이 딸려 있어 실험실습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 연구소의 정식연구원은 거의 모두 박사학위취득을 목적으로 일정기간 근무하는 취업근로자이므로 독일의 노동법에 따라서 근무할 의무가 있고 연방 근로자월급기준표(BAT, Bundes-Angestellten-Tarifvertrag)에 따라 일반 월급근로자와 같은 월급을 받는다. 대학연구소의 정식 연구원이 박사학위과정 학생으로 등록하는 것이 금지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연구원의 월급은 BAT Ⅱa에 따라 지급되는데 이 수준은 독일 전체 근로자 월급수준의 중상에 해당한다. 이런 연구원들이 많이 있으면 인건비만 해도 아주 큰 액수가 되는데 그에 필요한 자원조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국가에서 직접 지원하는 경우로 교수를 비롯한 약간 명(4∼5명 정도)의 월급을 국가에서 대학을 통해 직접 지급한다. 이러한 직위를 국가직(Ladesstelle 또는 Planstelle)라고 하는데 대개의 경우 연구소에서 무기한 근무계약을 한 사람들에게 배정되나, 항상 그렇지는 않고 연구소장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연구소의 연구신청에 근거하여 국가기관에서 인건비와 잡비 그리고 실험기자재비를 지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으로는 독일연구재단(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DFG)과 연방연구기술처(Bundes Ministerium fuer Forschung und Technologie, BMFT)가 있다. 이밖에도 몇몇 공공성있는 연구지원 재단이 있다. 셋째, 각 연구소의 자체 노력으로 산업체로부터 연구프로젝트를 받아서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해서 연구소의 통장에는 (위의 세 가지 재원은 형식상 직접 연구소로 들어오지 않고 일단 대학의 구좌로 들어가므로 정확히 말해서는 연구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학의 재원) 이처럼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돈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둘째와 셋째의 재원이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연구소장은 연구소의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연구신청서(Forschungsantrag)를 써야 되고 산업체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해서 되도록 많은 연구프로젝트를 끌어와야 한다. 독일공과대학의 연구소장은 이런 이유로 해서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고전적 의미의 학자교수보다는 한 회사의 사장과 비슷한 메니저 타입이 많다. 연구소의 규모를 유지하고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다. 외국인의 경우 스스로 장학금을 가지고 오거나 자비를 들이거나 하는 경우, 학위 취득을 내세워 연구소장이 무보수로 일을 시키겠다고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이나 원칙적으로 일을 시키면 보수는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수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는 위치에서는 오로지 자기의 원하는 일만 해서 끝내면 된다. 연구소 내에서는 비정규연구보조원이 있는데, 첫째, 디플롬학위 있는 보조원(gepruefte Hilfskraft)이고 둘째, 학생보조원(Studentische Hilfskraft)이다. 이 두 보조원을 위한 재원도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재원 충당 범위에 포함된다. 연구원의 지위는 공식적으로 주정부를 대신하는 대학과의 근로 계약에 의해서 대학에 취업하는 대학의 직원(wissenschaftliche Angestellte)이다. 그러므로 연구원은 독일의 보통 근로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고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을 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연구소에서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가능하면 그 일에서 학위테마를 찾아내어 교수와 합의한 시기에 정리해서 제출한다. 연구소 근무기간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으나 5∼6년이 보통이다. 연구원은 이 기간 동안 연구소의 일을 해야 하고 계약시간 외에 본인의 박사학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계약의 내용인데 실제로는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동안에 한 연구원이 대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실제로 여러 사람들을 업무상 만날 수 있고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도 하며 프로젝트에 관한 돈 문제도 생각해야 하므로 여러 가지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훗날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 대학의 연구소에서 상당한 월급을 받으며 경험을 쌓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려면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지 한번 생각해 보자. 독일의 디플롬이나 그에 준하는 인정된 학위가 있으면 일단 지원할 자격이 있다. 각 연구소에서는 연구원이 필요한 경우 신문이나 학교의 게시판을 통해서 연구원을 공개모집한다. 물론 공개모집 없이 연구소 내의 보조 인력을 정식 연구원으로 발령하기도 한다. 지원자의 디플롬 평균성적이 2.0이상이 바람직한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더욱 중요한 것은 연구소에서 찾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플롬논문을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일과 같거나 비슷한 분야에서 썼다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의 경우 독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는데, 왜냐하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무리 없는 언어구사와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 있는 외국인이 언어에서도 큰 문제가 없으면 연구소에서 종종 채용되기도 한다. 연구소에서의 지위(정식, 보조 등)는 채용 당시의 합의에 의해 정해지는데, 주로 인건비를 충당할 재원에 의해서 결정되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미 다 아는 것처럼 독일에서 취업(Arbeitsaufnahme)하기 위해서는 노동허가(Arbeitserlaubnis)가 필요한데 대학의 연구원으로 취업하는 경우, 독일 연방법(Bundesgesetz) 내 의 노동법(Arbeitsgesetz) 중에서 노동허가 규정 9장 6절(Arbeitserlaubnisverordnung 9 Absatz 6)에 따르면 노동허가가 면제되므로 취업 자체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이 된다. 연구원으로 취업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 있는데 체류허가조건이 그것이다. 1991년부터 유효한 새로운 외국인법(Auslaendergesetz)에 의해서 학생이나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사람은 임시체류허가에 해당하는 Aufenthaltsbewilligung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국가의 사회보장 혜택이 다른 체류허가조건보다 훨씬 줄어들며 정식취업(Aufnahme nichtselbstaendiger Arbeit)이 금지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노동허가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취업을 할 경우 체류허가조건이 자동으로 그에 맞게 정식체류허가(Aufenthaltserlaubnis)로 바뀌는 것이 합리적일 듯 싶으나 입법자(Gesetzgeber)는 그런 자세한 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보통의 임시체류허가에서는 노동허가서의 유무에 관계없이 취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연구원으로 대학의 연구소에 취업하는 것도 문제삼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의 임시체류허가 조건에다 하나의 예외 규정을 삽입하는 것이다. 즉, “공공기관(또는 대학)에서의 근무는 허락한다.”는 말을 추가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연구원으로서의 취업에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일단 취업이 되면 학생신분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고 의료보험료도 학생요율에서 수입(연봉으로 계산)에 따르는 일반요율에 따라 내게 된다. 연구소의 근무에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고 주당 근무시간은 월급수준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공공노동조합(ÖTV)과 독일의 내무부(Innenministerium)가 합의하여 정하는 바에 따른다.

연구소 내에서 연구소장과 연구원과의 관계는,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용자와 근로자의 색채가 진하고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희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연구원 스스로가 자기의 학위논문에 신경을 써야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수와 합의하여 논문을 써서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는 연구원 개개인의 학위취득에 크게 신경을 써 주지 않는다.

4. 맺는 말

독일공과대학의 연구소는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도 존재할 만큼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에서부터 실험실습 그리고 연구소 자체의 연구개발을 외부의 도움 없이 해 낼 수 있다. 이러한 연구소의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며 박사학위를 할 수 있으면 (시간은 더 걸릴지 모르나 그것은 개개인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나의 훌륭한 연구집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학문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업무수행 능력과 어느 정도 경영능력까지도 얻게 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학생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므로 연구소 취업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여긴다. 앞으로 연구소 취업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학생들에게는 구체적 도움말이 될 것 같고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정보가 될 것 같아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공과대학의 사정, 특히 연구소 사정을 간추려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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