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다니다 보면 명찰(名刹)일수록 무너진 축대가 눈에 밟히는 법이다. RL과 IL 가운데 어느 쪽이
제어 정책을 얻는 데 더 나은 길인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열려 있다 [Osa 2018].
이 논문의 전반부는 기존에 손대지 못하던 정보원에서 시연을 끌어와 모방학습의 데이터 곳간을 넓히는 일을 한다 —
데이터가 다양해지면 훈련에서 시험으로 넘어갈 때의 분포 이동이 줄어든다.
후반부는 지식그래프 [Speer 2017]에 새겨진 구조적 정보나
인간이 매긴 품질 평가 [Bai 2022b] 같은 보조 정보로 심층 강화학습을 개선하거나
아예 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먼저 모방학습의 무너진 자리부터 보자(§1.1.1).
모방학습은 관측된 상태를 전문가의 행동에 잇는 신경망을 훈련해 원하는 행동을 시연에서 곧바로 얻는다.
데이터셋 안의 상태에 대해서는 정답 행동이 이미 주어져 있으니 따로 탐험할 일이 없다. 문제는 그 취약함이다 —
작은 예측 오차가 시간에 걸쳐 쌓이고 쌓여, 정책은 어느새 배운 적 없는 분포 밖 상태로 떠밀려 간다
[Ross 2011]. 처방은 흔히 "데이터를 더 부어라"인데, 로보틱스처럼 데이터가 귀한 고장에서는
이것이 곧 대역사(大役事)가 된다 [O'Neill 2024].
길은 둘이다. 하나는 시연 수집 자체를 쉽고 빠르게 만드는 길 [Chi 2024]이요,
다른 하나는 정갈한 전문가 라벨이 붙지 않은 데이터 — 다른 에이전트, 다른 신체에서 온 것일 수도 있는 데이터 —
를 살려 쓰는 길 [Mees 2022b]이다. 이 논문은 둘째 길을 택한다.
2장은 길고 분절 없는 행동 영상, 이른바 플레이 궤적에서 뜻있는 학습 에피소드를 발굴하고,
3장은 여러 에이전트의 데이터셋을 한데 모으는 데서 비롯하는 교차 신체 학습의 문제를 파고든다.
둘 다 값비싼 전문가 시연에 기대는 살림을 줄여, 데이터가 궁한 형편에서도 굳건한 모방학습을 세우려는 공사다.
다음은 강화학습 차례다(§1.1.2).
강화학습은 환경과 부대끼는 온라인 방식 [Sutton 1998]과 쌓아둔 궤적으로 배우는
오프라인 방식 [Levine 2020]이 있고, 동역학 모델을 두지 않는 모델-프리
[Schulman 2017]와 모델을 계획에 부리는 모델-기반 [Sutton 1990]으로도 갈린다.
논문의 후반부가 걷는 길은 모델-프리 심층 강화학습이다. 환경의 모델 없이 상호작용 데이터에서
곧장 정책을 배우는 개념적 단순함이 이 길의 미덕이지만, 표본을 물 쓰듯 쓰는 비효율이 고질이다
[Mnih 2015]. 얼마나 많은 경험이 필요한가는 탐험의 양 [Bellemare 2016],
보상의 희소함, 상태·행동 공간의 차원, 의사결정 지평의 길이에 달렸다. 신경망에 귀납적 편향을 심는 법
[Battaglia 2018; Van der Pol 2020], 다중 과업 사전학습–미세조정 파이프라인
[Nair 2022; Caruana 1997], 새 알고리즘 [Andrychowicz 2017] 등
여러 보수(補修) 공법이 제안되어 왔다.
이 논문이 백지 학습(tabula-rasa)의 벽 앞에서 꺼내 드는 연장은 지식그래프다.
WordNet [Miller 1995]과 ConceptNet [Speer 2017]에 갈무리된
상식을 심층 강화학습 에이전트에 이어 붙이고, 상식 추론 게임 [Jiang 2020]에서 그 효험을 가늠한다(4장).
이 방식의 묘미는 지식이 명시적이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지식 베이스의 꼴로 환경과 에이전트 사이를
오간다는 데 있다 — 옮겨진 지식을 눈으로 살피고, 손보고, 그 위에서 추론할 수 있다.
반면 오늘날 대부분의 강화학습이 쓰는 지식 전이란 신경망 가중치를 통째로 넘기는 것이니,
효험은 있으되 그 속을 들여다보거나 고쳐 쓰기 어렵다. 말하자면 전자는 현판에 또렷이 새긴 글씨요,
후자는 벽 속에 발라 넣은 회반죽이다.
강화학습의 또 다른 무너진 축대는 보상 함수의 정의다. 게임이야 이기고 지고 점수가 나니 보상이 절로 주어지지만
[Mnih 2015; Silver 2017; Vinyals 2019], 로봇 보행 같은 연속 제어의 고장에서는
수작업으로 보상 항을 깎아 넣어야 하고, 그 세공은 취약하거나 직관에 어긋나거나 본디 목표와 어긋나기 일쑤다
[Hwangbo 2019]. 잘못 새긴 보상은 보상 해킹이라는 낭패로 이어진다 —
적어 놓은 보상은 착실히 늘리면서 정작 의도한 과업과는 어긋나게 구는 것이다 [Amodei 2016].
보상을 적어 내리기 어려울 때, 인간의 선호 — 비교와 순위와 품평 — 에서 배우는 길이 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Christiano 2017; Ouyang 2022]. 이 논문은 과학적 점수, 곧 인용 수와 리뷰 평점을 예측하여
과학 에이전트를 위한 보상 모델을 학습하는 가능성을 타진한다(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