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ficial Intelligence in Precision Drug Design · Volume 1
Chapter 2  /  Can Machines Truly Know?

기계는 정말로
아는가

기계는 정말로
아는가

Machine · 통계적 지식

상관을 붙잡아 예측한다. 의식도 믿음도 지향성도 없이,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패턴만으로 답을 내놓는다. 왜 그런지는 말하지 못한다.

Human · 인과적 이해

정당화된 참인 믿음. 실재에 대응하고, 근거로 뒷받침되며, 왜 그러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앎이 된다. 인공지능 신약 발굴은 바로 이 정의 앞에서 걸려 넘어진다.

Oviemuno Wilfred Egara · Peter Mudiaga Etaware
Blessing Oboli · Henry Chinenye Ogbonna
Elsevier / Academic Press, 2026  ·  본문 pp. 15–31
DOI 10.1016/B978-0-443-44415-9.00002-8
01

질문이 발생하는 자리

성공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남는 물음이 있다. 이 장은 그 남은 물음에서 시작한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적용은 의학 연구와 신약 발굴의 양식을 뒤바꾸어놓았다. 전통적 방법을 대신한 현대적 방법은 방대한 데이터 주사와 복잡한 데이터셋의 분석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화합물 탐색의 정밀도를 끌어올렸으며, 복잡한 분자 상호작용의 경로를 다듬었다. 급성 질환의 잠재적 치료제를 전통적 방법보다 빠르게 발견하고 식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인식론적 물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기계는 신약 발굴의 맥락에서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지식의 획득을 계산 시스템에 맡긴다는 것의 철학적 귀결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것이 수사(修辭)에 그치는 질문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인식론의 근간에 닿는 문제이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와 이해를 복제하려 할 때 맞닥뜨리는 도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알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물음은 효율과 정확이라는 실용적 고려를 넘어선다. 그것은 고대 이래 인식론의 중심 관심사였던 지식 그 자체의 본질을 건드린다.

이 장은 과학철학·인지심리학·컴퓨터과학의 서로 다른 시선을 끌어와 기계 지식의 본성과 그 한계를 교차 심문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과 기계 추론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생성을 대표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제약 연구에서 인간의 인식적 실천을 증강하는 동시에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 — 투명성과 신뢰성, 나아가 과학적 발견의 본성 자체에 관한 물음이 여기서 솟아난다.

02

앎의 세 조건, 그리고 어긋남

인식론은 전통적으로 지식의 본성과 원천, 한계와 정당화를 다룬다. 고전적 의미에서 지식은 흔히 정당화된 참인 믿음(JTB)으로 정의된다. 플라톤에서 비롯해 현대 철학자들이 다듬은 이 틀은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다.

TRUE

그 믿음이 실재에 대응한다.

BELIEVED

믿음

아는 자가 그 믿음을 확신을 가지고 견지한다.

JUSTIFIED

정당화

그 믿음이 충분한 증거나 추론으로 뒷받침된다.

이 삼각형을 인공지능에 적용하면 문제는 즉시 드러난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적 의미에서 ‘믿지’ 않는다. 확률 계산에 근거해 출력을 생성할 뿐이다. 또한 그 예측이 경험적으로 정확하다 하더라도, 정당화는 인과적 이해가 아니라 통계적 상관에 기댄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이 남는다 — 믿음도 없고 투명한 정당화도 없는 인공지능의 출력이 과연 지식을 구성할 수 있는가.

Table 2.1  구성 요소 전통적 지식 인공지능 시스템
Truth
실재와의 대응
통계적 정확도, 예측의 성공
호환성경험적 정확도는 달성할 수 있다.
믿음Belief
명제에 대한 의식적 확신
의식 상태도 믿음도 없음
호환성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정당화Justification
투명한 추론과 증거
블랙박스 알고리즘, 상관관계
호환성투명성의 한계라는 난제가 남는다.
03

전통은 무엇에 기대어 알았는가

인공지능의 인식론을 따지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이전의 신약 발굴은 대체 무엇에 기대어 앎을 세웠는가. 저자들은 실험이라는 실천적 제약에 의해 조율된 연역과 귀납의 혼합이라 답한다.

전통적 신약 발굴에서 지식은 쿤이 말한 ‘정상 과학’의 방식으로 나아간다. 해당 과학자 공동체가 후속 실천의 토대로 인정하는 과거의 성취 위에 굳건히 뿌리내린 체계적 연구가 그것이다. 연구자는 표적 분자를 식별하고, 확립된 화학적·생물학적 원리에 근거해 잠재적 약물 화합물과의 상호작용을 가설로 세운 뒤, 실험실 시험을 통해 그 가설을 검증한다.

이 과정의 밑에 깔린 인식론적 틀은 철학자들이 과학적 실재론이라 부르는 것이다. 성숙한 과학 이론은 세계의 관찰 가능한 측면과 관찰 불가능한 측면 모두에 대해 근사적으로 참인 기술을 제공한다는 견해다. 제약 연구자는 자신의 모형이 기술하는 분자 구조와 생화학적 경로가 실재하는 대상과 과정에 대응한다고 일반적으로 전제한다. 직접 관찰할 수 없을 때조차 그러하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콜린스와 에번스가 ‘기여적 전문성’이라 부른 것, 곧 숙련된 연구자의 실천과 경험에 깊이 배어 있어 온전히 언어화하거나 성문화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어떤 화합물이 유망해 보인다는 직관, 설명되지 않는 실험적 인공물을 알아채는 눈, 특정 연구 방향을 밀고 나갈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감각 — 이 암묵적 차원은 여전히 성공적인 약물 개발에 결정적이다.

요컨대 전통적 신약 발굴의 인식론적 지형은 여러 종류의 지식이 함께 작동하는 곳이었다. 생화학과 약리학에서 나온 이론적 지식, 통제된 연구로 검증된 실험적 지식, 연구자의 축적된 전문성이 배어든 체화된 지식이 그것이다.

Table 2.2  측면 전통적 신약 발굴의 성격 철학적 근거
지식의 진행
과거의 성취 위에 쌓아 올리는 체계적 연구
쿤의 ‘정상 과학’
추론 방식
연역과 귀납의 결합
과학적 실재론
전문성 유형
깊이 배어든 실천적 지식
‘기여적 전문성’ (Collins & Evans, 2007)
지식의 종류
이론적·실험적·체화된 지식
복수의 인식 틀
04

인식론적 단절

인공지능의 신약 발굴 진입은 과학에서의 기술적 진보 그 이상이다. 일부 과학철학자가 ‘인식론적 단절(epistemic rupture)’이라 부르는 사태에 해당한다.

이 시스템들은 인간 연구자와는 다른 인식론적 원리로 작동하며, 따라서 생산되는 지식의 본성과 범위 자체가 문제가 된다. 표적 식별, 화합물 스크리닝, 약물 재창출, 임상시험 결과 예측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이미 광범위하게 배치되었다. 합성곱 신경망(CNN)과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같은 심층학습 알고리즘은 분자 구조를 인식하고 새로운 후보 약물을 생성하는 데서 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관찰되는 사실은 이것이다 —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신이 분석하는 데이터를 이해하지 않는다. 마커스와 데이비스의 견해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과적 이해가 아니라 통계적 연결을 통해 작동하며, 인간 인지의 특징인 지향성과 맥락 인식을 그 지식 안에 갖고 있지 않다.

05

“그렇다”와 “왜 그런가” 사이

이 장의 축이 되는 대립이 여기 있다. 기계학습은 방대한 데이터셋 안에서 단순한 연결이나 연상으로부터 예측력 있는 패턴을 식별해 통계적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상관에 과도하게 기대는 탓에 인과적 이해가 갖는 설명의 깊이를 결여한다.

예컨대 어떤 기계학습 모형은 수천 개의 분자 구조를 분석해 암 관련 단백질 같은 생물학적 표적에 효과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을 예측해낸다. 예측 정확도는 높고, 여러 면에서 전통적 방법을 능가한다. 그러나 그 상호작용을 이끄는 일차적 기제는 파헤치지 못한다. 약이 작동한다는 것을 아는 일과, 왜 작동하는지를 아는 일 — 신약 발굴에서 이 구별은 결정적이다.

Table 2.3  측면 인과적 이해 · 인간 통계적 지식 · 인공지능
일차적 초점
기제의 식별과 설명
패턴 인식과 예측
데이터 요건
통제된 실험과 이론
대규모 데이터셋과 상관
산출 유형
“왜 그런지 앎” — 설명
“그렇다는 것을 앎” — 예측
검증 방법
기제에 대한 실험적 확인
예측 정확도
일반화 가능성
이해를 통한 폭넓은 적용
훈련 영역 안으로 제한됨
과학적 가치
깊은 이해와 설명력
높은 유용성, 제한된 통찰

05.1인과 추론이라는 다리

인과 추론은 단순한 상관이 아니라 원인–결과 관계를 식별하고 정량화하기 위해 고안된 통계적·계산적 방법의 집합이다. 약물의 화학 구조가 종양 성장 감소와 상관한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그치는 전통적 기계학습과 달리, 인과 추론은 그 구조가 감소를 야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야기하는지를 규명하려 한다. 주요 방법은 셋이다.

구조적 인과 모형
SCM
방법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AG)로 변수 사이의 인과 관계를 표현한다.
신약 발굴에서
약물의 분자적 특징(예: 소수성)이 생물학적 경로(예: 효소 저해)의 변화를 어떻게 야기하는지를, 환자 유전형 같은 교란 요인을 감안해 지도로 그린다.
반사실적 추론
Counterfactual
방법
다른 변수를 고정한 채 한 변수를 바꾸었을 때 무엇이 일어날지를 추정한다.
신약 발굴에서
특정 화학 작용기를 제거하면 약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측해 유효성의 인과적 동인을 짚어낸다.
개입 연구
Interventional
방법
개입(예: 약물 투여)을 모사해 인과 효과를 관찰한다. 무작위 대조 시험이나 관찰 연구의 데이터를 쓴다.
신약 발굴에서
기계학습 모형이 개입을 시뮬레이션해 질환 경로에 미치는 약물의 영향 같은 인과적 결과를 예측한다.

이 인식적 간극은 실무의 난관으로 이어진다. 어떤 인공지능 모형이 화합물의 효능을 정확히 예측했더라도 관여하는 생화학적 경로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검증과 규제 승인이 복잡해진다. 인과 추론은 통계적 예측에 기제적 통찰을 결합함으로써 이 문제를 다룬다. 2021년의 한 연구는 인과 추론을 써서 키나아제 저해제의 구조적 특징이 어떻게 특정 단백질 상호작용을 야기하는지를 식별하고 이를 실험실 실험으로 검증했다. 인공지능의 출력을 인과적 이해라는 전통적 과학 탐구의 강조점에 가까이 정렬시킬 때, 그 과학적 가치는 커진다.

06

다섯 개의 문턱

인공지능의 제약 연구 편입이 만들어낸 인식론적 도전은 기술적 한계를 넘어 과학적 지식의 본성 자체에 대한 근본 물음으로 뻗는다. 저자들은 이를 다섯으로 정리한다. 각 문턱에는 철학적 함의와 잠정적 해법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불투명성
기술
블랙박스 알고리즘
철학적 함의
증언적 지식에 대한 도전
잠정적 해법
설명가능 인공지능(XAI)
귀납의 문제
기술
훈련 데이터의 편향
철학적 함의
국소적 지식 대 보편적 지식
잠정적 해법
다양한 훈련 데이터셋
인과의 간극
기술
상관 대 인과
철학적 함의
제한된 설명력
잠정적 해법
인과 추론 방법
참신함의 물음
기술
발견 대 패턴 인식
철학적 함의
창의성의 본질
잠정적 해법
인간–기계 하이브리드 시스템
재현성
기술
알고리즘의 복잡성
철학적 함의
검증의 난관
잠정적 해법
프로토콜 표준화
6.1

불투명성과 설명가능성Opacity & Explainability

컴퓨터과학자들이 블랙박스 문제라 부르는 것이 이 도전을 가중시킨다. 최첨단 기계학습 알고리즘, 특히 심층 신경망은 정밀 검사가 불가능한 수준에서 작동하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인간 조사자에게 불투명하다.

함의는 가볍지 않다. 지식이 전통적으로 정당화를, 곧 왜 무언가를 참이라 믿는지 언명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면, 인공지능 시스템의 불가해성은 그것이 지식 생산자의 지위를 갖는 일 자체를 흔든다. 어떤 시스템이 어떤 분자를 유망한 후보라 예측하더라도, 왜인지에 대한 통찰이 없다면 연구자는 그 예측을 온전히 신뢰하거나 검증할 수 없다.

이 불투명성은 인식론자들이 증언적 지식이라 부르는 것을 위협한다. 과학자가 동료의 발견을 받아들이는 까닭 하나는, 그 발견을 낳은 방법론적 원리와 추론 과정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추론’을 언명하지 못할 때, 그것은 전통적 인식 보증이 결여된 새로운 형태의 증언을 만들어낸다. 어떤 후보 물질이 왜 선택되었는지를 연구자가 설명할 수 없다면, 기계는 정말로 무언가를 아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연상을 계산하고 있을 뿐인가.

설명가능 인공지능은 해석 가능한 출력을 제공하는 모형으로 이 문제를 다루려 한다. 그러나 현행 방법은 해석 가능성을 얻는 대신 예측 정확도를 희생하는 경우가 잦아, 신약 발굴처럼 이해관계가 큰 분야에서의 효용이 제한된다.

해법 → 설명가능 인공지능(XAI)
6.2

귀납의 문제와 편향Induction & Bias

신약 발굴에서의 기계학습은 개별 사례에서 일반적 결론을 끌어내는 귀납 추론에 크게 의존한다. 이 의존은 흄 이래 철학자들이 인정해온 귀납의 문제, 곧 과거의 패턴이 미래의 결과를 신뢰할 만하게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에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새로운 현상 앞에서 그렇다.

이 철학적 난제는 편향된 훈련 데이터라는 구체적 형태를 띤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약물 개발 노력에서 배우는데, 그 역사는 특정 질환 영역, 특정 분자 기제, 특정 환자 집단에 체계적으로 집중하면서 다른 것들을 방치해왔다. 이 역사적 편향은 모형 안에 부호화되어, 제약 지식에 이미 존재하는 간극을 존속시키고 증폭할 수 있다.

인식론적 함의는 이렇다. 기계학습은 철학자들이 국소적 지식이라 부를 만한 것, 곧 특정 영역 안에서는 신뢰할 만하게 적용되지만 그 너머로는 일반화되지 않는 이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럽 인구 데이터로 주로 훈련된 신경망은 그 집단에는 정확한 예측을 내놓으면서 다른 집단에는 실패한다. 지식의 이러한 국소화는 과학적 인식론이 전통적으로 견지해온 보편주의적 열망에 도전한다. 인공지능의 지식은 훈련 말뭉치에 묶여 있고, 그런 한에서 인간 과학자와 같은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안다’는 관념은 실상 흔들린다.

해법 → 다양한 훈련 데이터셋
6.3

인과성의 문제Causality

인과가 아니라 상관에 기대는 것은 기계학습 모형의 설명력을 제한하는 주요 인식론적 도전이다. 제약에서의 과학적 지식은 약물의 분자 구조가 생물학적 표적과 어떻게 상호 관계해 치료 효과를 내는지 같은 인과 관계를 밝히려 한다. 어떤 약이 암 관련 효소를 저해한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인과 경로를 — 약물이 특정 단백질 부위에 결합해 그 기능을 변경한다는 사실을 — 짚어야 한다.

구식 기법은 약물 구조와 역가 같은 예측 변수 사이의 통계적 관계와 연결만을 확립할 뿐, 그 관계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 더 두드러진 문제는, 모사된 결과가 기제 뒤의 과학적 중요성을 설명하지 않은 채 통계적 관계만을 기술한다는 점이다. 데이터 상관에 근거해 혈압 저하를 예측하면서도 혈관 수용체 활성의 조절이나 혈압 강하에 관여하는 복잡한 경로를 설명하지 못한 사례가 그 전형이다.

여기서 생기는 지식의 간극은 초심자나 젊은 연구자가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남는 논리적 설명이란 기계가 만들어낸 알고리즘뿐이기 때문이다.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지식의 결핍은 의학 연구 분야에서 만만찮은 문제가 된다.

반례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구조적 인과 모형(SCM)을 써서 인공지능으로 암 치료용 키나아제 저해제를 발견했다. 특정 분자가 표적 단백질을 저해하는 과정을 모형화하고 실험실 연구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법은 인공지능이 “왜?”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재확인시키며, 인과적 설명이라는 과학적 중요성과 인공지능을 통합한다. 다만 신약 발굴에서의 인과 추론은 여전히 발전 중인 분야이며, 계산 부담과 고품질 데이터셋에 대한 의존이 폭넓은 적용을 계속 제약한다.

해법 → 인과 추론 방법
6.4

참신함과 발견의 물음Novelty & Discovery

핵심 관심사는 이것이다. 인공지능은 정말로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가, 아니면 기존 정보를 새로운 패턴으로 재배열할 뿐인가. 기계는 데이터 분석으로 가설을 정당화하는 데 명백히 탁월하지만, 진정한 발견의 역량은 철학적으로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 물음은 과학적 창의성을 둘러싼 오랜 논쟁과 교차한다. 기계는 쿤이 과학적 돌파의 특징으로 묘사한 전통과 혁신 사이의 ‘본질적 긴장’을 보일 수 있는가. 비판자들은 기존 데이터로 훈련된 기계학습이 인식론적으로 본래 보수적이며, 확립된 패러다임 안에서 패턴을 식별할 수는 있어도 과학 혁명을 이끄는 패러다임 전환은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옹호자들은 반박한다. 무작위성이나 진화 계산의 요소를 품은 접근은 인간 연구자가 결코 착상하지 못할 새로운 가설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치료 성질에 맞추어 완전히 새로운 화학 구조를 제안하는 생성적 분자 설계의 최근 성과는 이 낙관적 평가를 뒷받침하는 듯 보인다.

결국 이 논쟁은 창의성의 본성이라는 더 깊은 물음을 비춘다. 창의성이 기존 요소를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재결합하는 일이라면 기계학습도 창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이 의식적 지향성이나 체화된 경험을 요구한다면, 기계의 ‘발견’은 인간의 과학적 창의성과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다.

해법 → 인간–기계 하이브리드 시스템
6.5

재현성과 검증Reproducibility & Validation

전통적 과학 인식론은 재현성을 지식 검증의 관건으로 삼는다. 발견이 과학의 지위를 얻는 것은 명시적 방법론적 프로토콜을 따르는 독립적 연구자에 의해 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불투명성은 이 전통적 검증 기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기계학습에 특유한 ‘재현성 위기’를 낳는다.

어떤 신경망이 유망한 후보 물질을 식별했을 때 그 발견을 재현하려면 독점 알고리즘, 특정 계산 아키텍처, 특정 초기화 파라미터에 접근해야 하는데, 그 상당수가 접근 불가이거나 문서화가 부실하다. 이는 포퍼가 과학적 지식에 필수적이라고 본 반증가능성 기준에 도전한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발견이 독립적으로 재현되거나 반증될 수 없다면, 그 인식론적 지위는 불확실해진다.

시간 차원으로도 번진다. 과학적 이해는 전통적으로 키처가 ‘설명적 통일’이라 부른 과정, 곧 흩어진 발견들이 정합적인 이론 틀로 점진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통해 축적된다. 기계학습 기법의 빠른 진화와 그 불가해성은 이 누적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한 알고리즘이 생성한 지식이 다른 알고리즘이 생성한 지식에 곧바로 보태지지 않아, 통일이 아니라 인식론적 파편화가 발생한다.

해법 → 프로토콜 표준화
“정신은 새는 기관이다. 영원히 자신의 ‘자연적’ 경계를 빠져나가 몸과 세계와 거리낌 없이 뒤섞인다.” Andy Clark, Natural-Born Cyborgs (2003), p. 5

이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고립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인지과학자들이 분산 인지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 안에서, 곧 인간과 기계의 역량이 결합된 장에서 기능한다. 이 혼성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것을 ‘사이보그 지식’이라 부를 만하다. 인간 연구자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상호작용에서 발현하는 이해다. 그렇다면 물음은 다시 놓여야 한다. 기계가 홀로 알 수 있는가를 묻는 대신, 인간–기계 시스템 안에서 지식이 어떻게 발현하는가를 묻는 편이 생산적이다. 신약 발굴에서 지식은 이제 인간 연구자에게만도, 인공지능에게만도 있지 않고 그 둘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거한다.

07

교역지대를 짓는 세 가지 방식

그렇다면 인공지능 신약 발굴에 걸맞은 인식론적 틀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저자들은 전통 인식론과 제약 연구에 새로 출현한 지식 실천을 잇는 세 갈래의 개념적 접근을 제안한다.

07.1인식적 신뢰와 권위

기계학습의 불가해성은 인식적 신뢰, 곧 타인의 증언을 정당하게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조건을 재고하게 만든다. 전통 과학에서 그런 신뢰는 공유된 방법론적 약속, 동료 심사, 제도적 자격 인증에 근거해왔다. 자신의 추론을 언명할 수도, 통상적 동료 평가에 회부될 수도 없는 인공지능에게는 이 기제들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한 가지 접근은 신뢰의 근거를 과정 기반에서 결과 기반으로 옮기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지식을 생성하는지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대신, 그 예측이 성공적인 후보 약물로 이어지는가를 독립적 경험 시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어떤 관념의 진리성은 그 안에 내재한 고정된 속성이 아니다. 진리는 관념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사건에 의해 참이 된다.” William James (1978), p. 97

이 실용주의적 접근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예측은 그것이 일관되게 효과적인 치료제로 이어질 때 불투명성 여부와 무관하게 ‘지식’으로 간주될 수 있다.

07.2확장된 인지, 체화된 인지

정신과 몸과 환경 사이의 전통적 경계에 도전하는 확장·체화 인지 이론은 인지가 — 지식 생성을 포함해 — 개별 두뇌를 넘어 도구와 기술, 협업 집단으로까지 뻗는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자율적인 앎의 주체가 아니라 인간 연구자의 인지적 확장으로 기능한다.

관련된 인식 주체는 인간 연구자도 인공지능도 아니고, 둘이 함께 형성하는 통합된 인간–기계 시스템이다. 지식은 이 혼성 인지 체계로부터 발현하며 어느 단일 구성요소에도 거하지 않는다. 인식론적 분석의 온당한 초점은 기계가 알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를 모두 포함하는 복잡한 사회–기술 시스템에서 지식이 어떻게 발현하는가가 된다.

07.3인식적 다원주의

세 번째 접근은 인식적 다원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복수의, 때로는 양립 불가능한 형태의 지식이 과학적 실천 안에 공존하며 각기 고유하게 이해의 추구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신약 발굴의 맥락에서 이 접근은 기계학습이 만들어내는 예측적·상관 기반의 통계적 지식이나 전통적 방법에서 나온 설명적·기제적 이해 가운데 어느 한쪽을 우선하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은 진공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와일리는 이를 ‘교역지대(trading zones)’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철학적·방법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실천을 가진 분과들이 생산적으로 교류하는 협업의 공간이다.

08

세 개의 실물

철학적 논변을 실제와 맞대어 보기 위해, 저자들은 인공지능 신약 발굴에서 인식적 도전과 가능성이 동시에 드러나는 구체적 국면 셋을 골랐다. 공교롭게도 이 셋은 각기 다른 철학적 쟁점을 대표한다.

Atomwise
AtomNet
구조 기반 설계
Knowing how vs Knowing that

심층학습으로 분자 구조를 검토해 여러 화합물이 생물학적 표적에 어떻게 결합할지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던 초기 스크리닝을 단 며칠로 줄인다.

철학적으로 AtomNet은 두 전통 사이에 불편하게 놓인다. 신경망 설계는 학습을 명시적 상징 규칙이 아니라 분산된 과정의 결과로 보는 연결주의 관점을 복제한다. 예측은 신경망 내부의 가중치에서 나오는데, 그것은 생화학의 언어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이 곤경은 드레이퍼스가 말한 ‘어떻게 아는가’와 ‘그렇다는 것을 아는가’의 구별을 부각한다. AtomNet은 추가 시험 대상을 골라내는 실무 과제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이면서도, 어떤 화합물이 분자 수준에서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온전한 설명은 내놓지 않는다. 명료한 명제적 지식을 금과옥조로 삼아온 전통적 전제에 도전하는 셈이다.
Insilico Medicine
생성 화학
GAN 기반 신규 설계
Discovery vs Justification

기존 화합물을 평가하는 데 그치는 시스템과 달리, 특정 치료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발명하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새로운 화학 설계를 생성하는 능력은 과학에서 참신함과 발견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GAN 방식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두 신경망에 의존한다. 하나는 새로운 후보를 제안하고, 다른 하나는 그 신빙성을 판정한다.

이 구조는 과학을 추정과 비판의 순환으로 본 포퍼의 관점과 닮았다. 나아가 이 방법은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는 일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일 사이의 전통적 경계를 흐린다. 라인베르거는 탐구가 정연한 이론적 범주가 아니라 실험을 통해 출현하는 대상, 곧 ‘인식적 사물(epistemic things)’을 생산한다고 기술했다. 지식의 가치가 그 밑의 과정이 낡은 설명 모형에 깔끔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실질적 결과를 낳는 역량에 있다고 보는, 현대 과학의 실천적 지향을 가리킨다.
Recursion
Pharmaceuticals
표현형 스크리닝
Intervention vs Representation

대규모 이미지 분석으로 세포가 유전적·화학적 변형에 노출될 때 형태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한다. 방대한 세포 이미지 데이터셋을 훑으면서, 인간 연구자라면 놓쳤을 미세한 형태 변화를 포착한다.

철학적으로 주목할 지점은 데이터 주도 방법과 이론 출발 방법 사이의 오랜 갈등을 부각한다는 데 있다. 전통적 신약 발굴은 질환의 생물학적 기제에 관한 분명한 가설에서 출발해 그 주위로 개입을 설계한다. Recursion은 이 추론의 순서를 뒤집는다. 이론에서 시작하는 대신, 데이터 안의 패턴이 가설을 제안하게 한다. 인식의 무게중심이 선행 가정에서 발현하는 통찰로 옮겨가는 것이다. 해킹이 말한 ‘개입 대 표상’의 구별이 여기 있다. 질환 기제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표상하는 대신, 기저 기제와 무관하게 원하는 표현형 변화를 낳는 개입을 식별하는 데 집중한다. 지식은 구조의 이론적 표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계의 체계적 조작을 통해 발현한다. 이는 지식 주장을 독립된 실재와의 대응이 아니라 실천적 귀결로 판정하는 실용적 실재론과 맞닿는다. 결정적 물음은 기계학습이 생물학적 실재를 정확히 표상하는가가 아니라, 그 실재를 치료적으로 이롭게 변경하는 개입을 효과적으로 식별하는가가 된다.
09

앎의 문제는 곧 책임의 문제다

앞의 인식론적 도전들은 깊은 윤리적 함의를 지닌다. 기계가 인간과 같은 의미에서 ‘알’ 수 없다면, 책임과 설명 책임, 그리고 제약 연구에서 인공지능의 온당한 역할에 관한 물음이 뒤따른다.

인식적 책임
핵심 쟁점
인공지능의 결정에 대한 설명 책임
인식론적 연결
분산된 행위성의 문제
제안된 해법
명확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지식의 비대칭
핵심 쟁점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
인식론적 연결
인식적 정의에 관한 우려
제안된 해법
인공지능 자원의 민주화
이해의 가치
핵심 쟁점
예측과 설명 사이의 상충
인식론적 연결
과학에서의 인식적 가치
제안된 해법
지식 유형에 대한 균형적 접근

09.1인식적 책임

지식 주장과 그 귀결에 대한 설명 책임을 뜻하는 인식적 책임은 인공지능 신약 발굴에서 한층 복잡해진다. 기계학습이 식별한 약물에서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가리려면 인간–기계 시스템의 분산된 행위성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전통적인 과학적 책임 관념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그 한계를 인식할 수 있는 인식 주체를 전제한다.

검토도 탐침도 불가능한 알고리즘에 신약 발굴이 의존하게 된 지금, 분산된 인식적 책임을 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해졌다. 그 틀은 철학자들이 ‘여러 손의 문제(the problem of many hands)’라 부르는 것, 곧 복잡한 기술 시스템 안에서 다수의 인간·비인간 행위자에게 책임이 흩어지는 현상을 인정해야 한다.

09.2지식의 비대칭과 권력

인공지능 같은 계산 도구는 그 자체의 인식론적 난점을 동반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제약 연구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격차를 더 벌릴 위험을 안는다. 오늘의 효과적인 신약 발굴은 생물과학의 전문성만이 아니라 계산 방법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요구하며, 분야 전체가 학제 간 역량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이는 과학기술철학이 인식적 정의(epistemic justice)라 부르는 우려, 곧 지식 생산과 그 혜택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을 제기한다. 제약 지식이 독점 알고리즘과 거대 데이터셋을 통해 매개될수록, 전통적으로 주변화된 공동체는 신약 발굴의 과정에서도 산물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배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다루려면 키처가 ‘잘 질서 지어진 과학(well-ordered science)’이라 부르는 것, 곧 과학의 우선순위와 실천이 다양한 관점과 이해를 반영하도록 보장하는 연구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신약 발굴에서는 알고리즘적 의사결정의 투명성 제고, 연구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공동체 참여, 계산 도구와 데이터셋에 대한 공평한 접근이 여기에 해당한다.

09.3이해의 가치

가장 근본적인 윤리적 물음은 아마 이것이다. 인공지능이 왜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효과적인 치료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기제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필요한가. 이 물음은 무엇이 견고한 과학적 지식으로 간주되는지를 규정하는 원리, 곧 인식적 가치를 건드린다.

전통적 과학 인식론은 설명과 이해를 강조해왔고, 현상 뒤의 인과 기제를 밝히는 지식을 귀히 여겼다. 이 강조는 실용적 필요에서 온다 — 이해는 새로운 맥락에서의 개입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과학을 실용적 결과가 아니라 진리의 추구로 보는 더 깊은 약속에서도 온다. 그러나 계산적 방법이 설명 없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곳에서 이 가치들은 검토의 대상이 된다.

이해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가, 아니면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인가.
제약 연구는 온전히 이해되는 치료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우선해야 하는가.

이런 물음들은 과학철학에서 실용주의자와 실재론자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진보한 계산 도구가 그 갈등에 끌어들인 초점을 드러낸다.

10

다섯 갈래의 앞길

저자들은 설명가능성·인과성·포용성·창의성·윤리 프레임워크의 다섯 축으로 향후 연구 방향을 정리한다. 각 축에는 목표와 방법론, 기대되는 결과가 짝지어져 있다.

설명가능 인공지능
목표
정확도와 해석 가능성의 균형
방법론
어텐션 기제, 상징적 추론
기대 결과
투명한 인공지능 시스템
인과 추론
목표
상관–인과 간극의 연결
방법론
인과 표현 학습
기대 결과
기제적 이해
편향 완화
목표
훈련 데이터 한계의 해소
방법론
연합 학습, 다양한 데이터셋
기대 결과
공평한 지식 생성
창의적 인공지능
목표
패러다임 전환 잠재력의 탐색
방법론
하이브리드 진화 알고리즘
기대 결과
혁명적 발견
윤리 프레임워크
목표
거버넌스 모형의 개발
방법론
학제 간 협업
기대 결과
책임 있는 인공지능 배치
  1. 설명가능 모형의 명료화. 어텐션 기제나 상징적 추론 같은 기법으로 정확한 예측과 해석 가능성의 균형을 잡는다. 이로써 연구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예측을 이해하고 그것을 정당화된 참인 믿음의 틀에 정렬시킬 수 있다.
  2. 상관–인과 간극의 연결. 현행 모형은 패턴 식별에는 성공하나 약물이 생물학적 표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같은 인과 기제는 설명하지 못한다. 인과 추론 방법의 일부인 인과 표현 학습은 통계적 예측에 인과 모형을 결합해 약이 실제로 왜 작동하는지를 밝힌다. 구조적 인과 모형과 기계학습을 결합하는 확장 가능한 인과 추론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하며, 다양한 데이터셋으로 훈련한 모형을 실험 연구로 검증해 설명을 중시하는 전통적 과학 탐구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3. 연합 학습과 다양한 데이터셋. 제약 데이터셋의 역사적 편향은 지식의 불균등을 존속시킬 위험이 있다. 과소대표된 집단에 대해서도 공평한 결과를 보장하는 방향의 연구가 요구된다.
  4. 하이브리드 진화 알고리즘.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하고 시험함으로써 과학적 창의성의 일부 측면을 모방할 수 있는 유망한 연구 노선이다.
  5. 윤리적·인식론적 프레임워크의 정립. 지식 주장에 대한 신뢰를 증진하고 혁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거버넌스 구조의 구축이 이 도구들의 책임 있는 적용의 핵심이 된다.

종합하면 이 방향들은 더 큰 명료성과 인과적 이해, 포용성과 창의성, 그리고 윤리적 책임의 필요를 강조한다. 이를 추구할 때 계산 시스템은 신약 발굴을 가속할 뿐 아니라 지식 생성 사업으로서의 그 철학적 토대까지 강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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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 물음을 옮겨 놓기

이 장은 기계가 알 수 있는가를 두고 끝까지 다투는 대신, 더 결실 있는 길을 제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인간–기계의 혼성적 인식 협업이 그것이다.

기계학습은 현상을 문제 삼고, 정당화를 요구하며, 발견을 되묻는 방식으로 과학적 지식의 전통적 모형에 도전해왔다. “기계는 정말로 아는가”라는 물음은 인공지능 신약 발굴의 심장부에 놓인 인식론적 긴장을 포착한다. 인공지능이 이 분야를 혁신했음은 분명하지만, 그 산출은 정당화된 참인 믿음으로서의 지식이라는 전통적 관념에 계속 도전한다.

신약 발굴의 미래는 완전한 자동화에도, 인공지능의 거부에도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인식론적 전통이 생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교역지대를 짓는 데 있다.

그 교역지대는 기계학습의 예측력과 전통 과학 이론의 설명적 깊이를, 인공지능의 통계적 지식과 인간 연구자의 체화된 전문성을 통합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기여로도 기계의 기여로도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제약 지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저자들은 마지막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은 고전적 의미의 앎에 미치지 못한다. 의식도, 지향성도, 믿음의 역량도 없기 때문이다. 이 셋은 철학에서 이해되는 지식의 결정적 요소다. 기능적 성공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인간 인지와 기계 연산 사이의 인식적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한계를 인정하는 일이야말로 생의학 연구에서 인공지능을 윤리적이고 효과적이며 철학적으로 사려 깊게 응용하기 위한 관건이다.

인공지능과 인간 과학자의 협업을 북돋우고, 설명가능하고 인과적인 모형을 진전시키며, 엄정한 검증 틀을 세울 때 비로소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과학적 발견의 인식론적 온전함을 지키면서 길어 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기계가 예측할 뿐 아니라 세계에 대한 더 깊고 더 잘 정당화된 이해에 기여하는 미래에 가까워진다.

여백에 적은 주(註)

철학을 다루는 장을 읽을 때는 인용의 정확성이 곧 논증의 정확성이 된다. 원문을 옮기는 동안 눈에 걸린 대목을 감추지 않고 적어둔다. 비판이 아니라, 인용 시 유의할 지점의 목록이다.

주 1 본문은 “플라톤에서 비롯해 현대 철학자들이 다듬은(refined) 틀”이라 쓰면서 Gettier(1963)를 인용한다. 그러나 게티어의 그 논문(Is justified true belief knowledge?)은 JTB를 다듬은 것이 아니라 JTB가 지식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보인 반례 논문이다. 인용 시 이 점을 뒤집어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 2 Schölkopf et al.(2021)의 키나아제 저해제 사례가 5절 말미와 6.3절에 거의 같은 내용으로 두 번 서술된다. 5절은 “2021년의 한 연구”로, 6.3절은 “최근 연구”로 표현이 다를 뿐 동일 문헌이다.
주 3 Table 2.1의 마지막 열은 제목이 ‘호환성 문제(compatibility issues)’인데, ‘참’ 행의 값만 “경험적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서술로 되어 있어 열 제목과 어긋난다. 본 요약에서는 열 제목 대신 ‘호환성’이라는 중립적 표지를 붙여 옮겼다.
주 4 6.3절의 혈압 강하 예시는 출처 표기 없이 제시된다. 인과 설명 없는 예측의 사례로는 적절하나, 재인용할 만한 근거 문헌은 원문에 없다.
주 5 8.2절의 소제목 “In silico medicine and generative chemistry”는 회사명 Insilico Medicine을 일반명사 ‘in silico’로 잘못 띄어 쓴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서는 회사명으로 바르게 표기되어 있다.
주 6 7.3절은 ‘교역지대’ 개념을 Wylie(2015)에게 돌리고, 11절 결론은 같은 개념을 Galison(1997)에게 돌린다. 원 출처는 갤리슨이며, 와일리는 이를 고고학의 맥락에서 전개한 것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주 7 Hume(2000), James(1978), Bachelard(2002) 등의 연도는 재간행·번역본 기준이다. 원저 연도(각각 1739–40, 1907, 1938)와 혼동하지 않도록 한다.
주 8 본 요약은 첨부 PDF의 제2장(pp. 15–31) 본문과 Table 2.1~2.6만을 근거로 작성했다. 원문에 없는 사례·주장·수치는 더하지 않았으며, 판단이 개입된 대목은 위 주에 따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