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의 법칙 — 왜 신약개발은 점점 나빠지는가
약물 재창출은 기존 약에서 새 의학적 쓸모를 찾는 일이다. 10년과 수십억 달러가 드는 전통적 개발과 달리 이미 검증된 약을 활용하므로 기간과 비용과 실패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숫자로 보면 차이는 분명하다.
마지막 숫자가 이 절의 핵심이다. 1950년대 이후로 투자 10억 달러당 승인되는 신약의 수가 9년마다 절반씩 줄었다. 무어의 법칙을 거꾸로 뒤집었다는 뜻에서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라 부른다. 제약 연구개발에 들어간 돈은 지난 10년간 계속 늘었는데, 효율은 계속 나빠졌다.
1.1 세 가지 이유
- ‘낮게 달린 열매’ 가설 — 가장 쉽게 표적화할 수 있는 질병 기전은 이미 다 쓰였다. 남은 것은 더 복잡하고 더 까다로운 표적들이다.
- 규제 요건의 강화 — 승인 기준이 계속 엄격해지면서 개발 비용과 기간이 함께 늘었다.
- ‘하나의 약, 하나의 표적’ 가설 — 질병 병태생리에서 분자 경로들이 어떻게 얽혀 작동하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상 2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한다.
세 이유는 성격이 다르다. 첫째는 자연의 사정이고 둘째는 제도의 사정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셋째뿐이다. 그리고 셋째는 자연도 제도도 아닌 우리의 전제다. 이 장이 셋째를 겨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적 중심 발굴의 한계는 이질성이 큰 복합질환에서 특히 뚜렷하다. 교모세포종(GBM)만 보아도 종양 내부와 종양 사이의 이질성이 워낙 커서 약물 내성과 치료 실패로 이어졌다. 중추신경계 질환에서는 여기에 혈뇌장벽(BBB)이라는 물리적 장벽까지 더해진다.
1.2 재창출의 연표 — 1950년대에서 2020년대까지
네트워크 약리학과 AI의 만남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시스템 생물학이 도약했다. 이어서 단백체학과 대사체학을 비롯한 여러 오믹스 분야가 분자 상호작용에 관한 전례 없는 양의 데이터를 만들어 냈고,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고속 대량 실험 기법과 계산 도구가 더해져 약–표적 상호작용을 유례없는 규모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네트워크 약리학은 이 이질적인 데이터들을 약물 작용에 대한 시스템 수준의 이해로 통합하려는 시도다. 전기, 수도, 통신 같은 현대 사회의 기간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개념화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질병을 개별 분자의 기능 이상이 아니라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교란으로 놓으면 네 가지 이점이 따라온다.
- 약물의 표적을 네트워크 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약물의 난잡함(promiscuity)을 포착한다. 대부분의 화합물은 하나 이상의 표적과 상호작용한다.
- 여러 경로에 걸친 질병의 복잡한 병리를 고려해 병태생리의 복잡성을 담아낸다.
- 새로운 치료 표적과 재창출 가능성을 식별할 수 있다.
- 복합질환을 위한 다중 표적 약물이나 약물 조합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 관점이 특히 유용했던 영역이 전통 의학이다. 전통 중의학(TCM)은 원래부터 여러 약재를 조합해 여러 표적을 동시에 친다. 네트워크 약리학은 그 경험적 처방을 계산 가능한 언어로 옮겨 놓는다.
네트워크 약리학은 개념이고, AI는 그 개념을 다룰 수 있게 만드는 도구다. 기계학습은 인간 연구자에게 완전히 가려져 있던 패턴을 찾아내고, 그래프 신경망(GNN)은 복잡한 생물학적 네트워크를 모형화한다. 자연어처리는 방대한 생의학 문헌을 훑어 약–표적, 약–질병 지식을 뽑아낸다. AI 알고리즘은 서로 다른 출처의 데이터를 통합하면서 연결·결측·형식·규모의 문제를 함께 처리한다.
둘의 관계는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 정확하다. 네트워크 약리학이 없으면 AI는 무엇을 계산해야 할지 모르고, AI가 없으면 네트워크 약리학은 계산할 수 없는 크기의 문제를 남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 결합의 유용성을 보여 주었다. 초기에 연구자들은 기존 약물의 AI 기반 네트워크 분석으로 SARS-CoV-2에 유효할 약을 빠르게 찾아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JAK 억제제 바리시티닙이 그것이다. JAK–STAT 억제를 통한 항염증·항바이러스 효과와, AP2 연관 단백질 인산화효소 1(AAK1)의 간섭을 통한 바이러스 진입 차단이 그 기전이었다.
여섯 종류의 생물학적 네트워크
생물학적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약리학의 토대다. 분자를 노드로, 상호작용을 엣지로 모형화해 생물 시스템을 여러 층위의 추상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재창출에 특히 관련 있는 것은 여섯 가지다.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망
단백질 사이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세포 과정은 단백질이 매개한다. 기능적 단백질 복합체를 찾고, 신호전달 경로의 부분을 밝히고, 새 약물 표적을 식별하는 데 쓴다. 질병 상태에서 자주 교란되므로 병태생리 이해와 재창출 양쪽에 기여한다.
유전자 조절 망
전사인자와 표적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담아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설명한다. 세포 분화, 발생, 환경 자극 반응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전사인자를 재창출 표적으로 삼는 전략의 근거가 된다.
대사 망
세포 안에서 저분자가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나타낸다. 효소, 기질, 산물, 조효소가 서로 겹치는 대사 경로를 이룬다.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효소를 찾는 데 쓴다.
약–표적 망
약물과 그 분자 표적(거의 전부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결합 친화도, 기능적 효과(활성화 또는 억제), 세포 수준의 결과를 함께 담는다. 약물의 표적 난잡함과 오프타깃 효과를 드러내고 새 약–표적 상호작용을 예측하게 한다.
질환 망
유전적 요인, 공유 증상, 동반질환 같은 특성이 겹치는 질환들을 연결한다. 유전–질환 연관, 증상–질환, 동반질환을 결합해 질병에 대한 지식을 확장한다. 연관된 질환으로 재창출할 수 있는 약을 보여 준다.
유전자–질환–약물 망
여러 유형의 네트워크를 통합해 유전자를 질환과 약물에 연결한다. 질병 기전과 잠재적 치료 접근을 하나의 관점에서 보게 한다. 겉보기에 무관한 개체들 사이의 연결을 찾아내 비자명한 재창출 기회를 드러낸다.
시스템 생물학과 위상 지표
복합질환에 효과적인 약들은 여러 표적에 동시에 작용한다. 이것을 다중약리학(polypharmacology)이라 한다. 종양학에서 이마티닙이나 수니티닙 같은 키나아제 억제제는 여러 키나아제를 한꺼번에 억제해 방광암, 위장관암 등 여러 암종의 환자에게 이익을 준다. 신경정신과 약물도 마찬가지다. 클로자핀은 더 선택적인 약들과 달리 여러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를 점유한다.
질병 쪽에서 보면 이유는 더 분명하다. 많은 질환이 애초에 다유전자성이다.
| 질환 | 관련 유전자 수 | 대표 유전자 |
|---|---|---|
| 당뇨병 | 27 | PPARG, GPD2, NEUROD1, IRS1, IGF2BP2, WFS1, CDKAL1, ENPP1, IL6, GCK |
| 조현병 | 23 | MTHFR, CHI3L1, DISC1, DISC2, SYN2, DRD3, SCZD1, SCZD3, DTNBP1, SCZD6 |
| 유방암 | 19 | RAD54L, CASP8, BARD1, PIK3CA, HMMR, NQO2, RB1CC1, SLC22A18, ATM, KRAS |
| 급성 골수성 백혈병 | 19 | GMPS, MLF1, LPP, CHIC2, KIT, NSD1, NPM1, WHSC1L1, JAK2, NUP214 |
| 대장암 | 18 | PLA2G2A, NRAS, ODC1, PIK3CA, TLR2, APC, PDGFRL, TLR4, PTPRJ, CCND1 |
4.1 네트워크 위상 지표
위상 지표는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구조적 성질을 정량화한다. 조직화의 정도, 기능, 때로는 가장 취약한 지점까지 드러낸다. 약물 표적이나 질병 바이오마커가 될 만한 허브와 임계 노드를 찾는 일이 여기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경로 길이와 지름이 더해진다. 평균 경로 길이는 모든 노드 쌍의 최단 경로 길이의 평균이고, 지름은 그중 가장 긴 최단 경로다. 생물학적 네트워크는 노드가 아무리 많아도 평균 경로 길이가 짧은 좁은 세상(small-world) 성질을 보인다. 정보가 네트워크를 빠르게 흐른다는 뜻이고, 동시에 교란도 빠르게 퍼진다는 뜻이다.
이 지표들은 감상용이 아니다. 기계학습 모형은 약효나 부작용과 상관된 위상 지표를 학습하도록 훈련할 수 있고, GNN은 이 값들을 노드 특징이나 엣지 특징으로 직접 집어넣어 약–표적 결합 예측과 재창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다만 원문이 짚어 둔 경고 하나. 연결 중심성이 높은 허브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으면 질병 네트워크를 무너뜨릴 수 있지만, 허브일수록 기능이 많으므로 위험도 크다. 지표가 높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뜻이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4.2 도구와 데이터베이스
| 도구 · DB | 내용 유형 | 설명 |
|---|---|---|
| STRING | 단백질–단백질 | 여러 생물종에 걸친 알려진 상호작용과 예측된 상호작용 |
| DrugBank | 약물 정보 | 승인 약물과 실험 약물의 화학·약리·제제 데이터 |
| DisGeNET | 유전자–질환 | 큐레이션 및 문헌 마이닝으로 얻은 유전자·변이·질환 연결 |
| STITCH | 화학–단백질 | 화학물질과 단백질 사이의 알려진·예측된 상호작용 |
| TTD | 치료 표적 | 여러 질환의 표적과 대응 약물 |
| ChEMBL | 생리활성 분자 | 약물 유사 화합물의 구조·성질·생물학적 활성 |
| KEGG | 경로 | 분자 상호작용과 반응 경로 도해 |
| Reactome | 경로 | 전문가가 큐레이션한 인간 경로와 반응 |
| PharmGKB | 약물유전체 | 약물 반응에 영향을 주는 유전 변이 데이터 |
| SIDER | 부작용 | 문서화된 약물 이상반응 |
| Open Targets | 약물 표적 | 표적과 질환을 잇는 근거 |
| HIT | 한약 성분 표적 | 한약 화합물의 분자 표적 |
| DGIdb | 약–유전자 | 상호작용과 표적화 가능 유전자 |
| PubChem | 화학 정보 | 화합물 데이터와 생물학적 분석 결과 |
| Cytoscape | 네트워크 분석 | 복잡 네트워크의 시각화와 통합 |
| NetworkAnalyst | 네트워크 분석 | 유전자 발현과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위한 웹 기반 도구 |
네트워크 약리학을 떠받치는 AI 기법
5.1 약–표적 예측에서의 기계학습
전통적으로 약–표적 예측은 분자 도킹이나 알려진 표적 사이의 유사성에 기대어 왔다. 확장성과 정확도 모두 제한적이었다. 기계학습은 데이터에서 복잡한 패턴을 학습해 이 한계를 넘는다. 지도학습(랜덤포레스트, SVM, 그래디언트 부스팅)과 비지도·준지도 모형이 화학·유전·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한다. 행렬 분해는 고차원 약–표적 데이터를 잠재 특징 공간으로 압축하고, 무작위 보행은 네트워크의 경로를 탐색해 새 관계를 찾는다.
| AI 모형 | 정확도 | F1 | AUC-ROC | 적용 사례 |
|---|---|---|---|---|
| Random Forest | 0.85 | 0.83 | 키나아제 억제제 예측 | |
| SVM | 0.78 | 0.75 | GPCR 리간드 식별 | |
| XGBoost | 0.87 | 0.86 | 난잡 표적 예측 | |
| 행렬 분해 | 0.76 | 0.74 | 약–표적 상호작용 예측 | |
| DeepWalk | 0.81 | 0.79 | 암 재창출 | |
| 그래프 신경망 | 0.89 | 0.88 | PPI 기반 재창출 | |
| Transformer | 0.90 | 0.89 | 결합 친화도 예측 | |
| 멀티모달 딥러닝 | 0.92 | 0.91 | 교차 도메인 재창출 |
5.2 딥러닝 구조 — 그래프를 다루는 네 가지 방식
전통적 기계학습이 사람이 특징을 설계해야 했다면, 딥러닝은 원시 데이터에서 계층적 특징을 스스로 학습한다. 생물학적 네트워크는 본래 그래프 구조 데이터이므로 GNN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다. GNN은 이웃 노드의 특징을 집계해 각 노드의 표현을 학습한다.
그래프 합성곱 신경망
CNN을 그래프 구조 데이터로 확장한다. 그래프 라플라시안이나 인접 행렬 위에서 합성곱을 수행한다. 약–표적 상호작용, 약–약 상호작용, 재창출 후보 예측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래프 어텐션 네트워크
자기 어텐션으로 이웃마다 다른 가중치를 준다. 모든 이웃을 똑같이 집계하지 않고 어떤 이웃을 우선할지 스스로 고른다. 그 결과 네트워크에서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낸다.
귀납적 임베딩
본 적 없는 노드의 임베딩을 만드는 귀납적 학습을 쓴다. 새 화합물이나 표적을 재학습 없이 기존 모형에 추가할 수 있다. 새 화합물과 표적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재창출에서 특히 유리하다.
그래프 오토인코더
오토인코더 구조와 GNN을 결합해 노드와 엣지의 압축 표현을 비지도로 학습한다.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기저 구조를 담은 임베딩을 만들고 누락된 엣지 — 예컨대 알려지지 않은 약–표적 상호작용 — 를 예측한다.
그래프가 아닌 데이터에는 다른 구조가 붙는다. CNN은 격자 형태 데이터를 다룬다. MolNet처럼 화학 구조를 이미지 유사 표현으로 변환해 처리하거나, 단백질 구조를 3차원 복셀 격자나 거리 행렬 형태로 처리해 결합에 중요한 구조적 관계를 학습한다. RNN과 LSTM은 순차 데이터를 위한 것이다. 아미노산 서열을 처리해 단백질 표현을 학습하고, SMILES 문자열을 처리해 화학적 성질과 잠재적 생리활성을 담은 임베딩을 만든다.
5.3 설명가능 AI
모형이 복잡해질수록 블랙박스 문제가 따라온다. 설명가능 AI(XAI)는 예측의 근거를 드러내 연구자가 그 예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다. SHAP, 적분 기울기, 어텐션이 대표적 방법이다. 재창출에서 XAI가 주는 이점은 넷이다.
- 새 지식 — 설명이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생물학적 기전이나 약–표적 상호작용을 드러낼 수 있다.
- 후보 선별 —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설명을 근거로 실험 검증 대상을 고를 수 있다.
- 규제 수용 — 투명한 모형이 규제 당국의 선호를 받아 임상 전환을 앞당긴다.
- 신뢰 — 연구자·임상의·환자·규제자 모두의 신뢰를 얻는다.
생물 시스템은 복잡하고 약물 작용은 다변량·다중척도다. 이것을 정보량이 충분하면서 동시에 해석 가능한 설명으로 요약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 포괄성, 충실도, 해석가능성 셋을 동시에 최대화하는 XAI는 아직 없다.
AI 기반 재창출 파이프라인
AI 기반 재창출의 성공은 여러 출처에서 온 고품질 데이터의 표준화된 통합에 달려 있다. 데이터 수집과 큐레이션 단계가 이후 모든 단계의 토대를 놓는다.
사례 연구 — 알츠하이머와 미노사이클린
알츠하이머병은 수십 년의 연구에도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세포외 아밀로이드-β 플라크, 과인산화 타우로 이루어진 세포내 신경섬유매듭, 신경염증이 임상 특징이다. 아밀로이드-β와 타우 병리를 겨냥한 수많은 임상시험이 수행되었지만 대부분 실질적인 임상적 이익을 찾지 못했다.
여기서 관점이 바뀐다. 성상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주도하는 신경염증이 알츠하이머 진행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전장유전체 연관 분석은 미세아교세포 활동과 염증 경로에 연관된 다수의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를 찾아냈다. 신경염증의 조절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근거다.
미노사이클린은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다. 뇌로 잘 침투하고, 여러 신경계 질환의 전임상 모델에서 항염증·항세포자멸사·신경보호 성질을 보였다. 그런데 알츠하이머에서의 잠재적 응용은 AI 기반 네트워크 약리학이 그 기전적 정합성을 드러내기 전까지 체계적으로 탐색된 적이 없었다.
7.1 수행 방식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유전자–질환 연관, 약–표적 관계, 경로를 담은 다층 그래프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알츠하이머 특이 정보를 얹었다. 사후 뇌조직에서 차등 발현된 유전자, GWAS에서 나온 유전적 위험 인자,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얻은 미세아교세포·신경염증 시그니처.
노드 유형(약물·단백질·질환·경로)과 관계 유형이 여럿인 이종 GNN을 썼다. 지식그래프에서는 어떤 노드가 다른 노드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유의미한 것이 보통이므로, 어텐션 기법을 더해 생물학적으로 더 유의미한 연결에 큰 가중치를 주었다. 노드 특징으로는 약물의 분자 기술자, 단백질의 서열 기반 임베딩, 질환의 표현형 특징을 썼다.
실제 약–질병 연관에 음성 표본 추출을 더해 균형 잡힌 데이터셋으로 학습시켰다. 시간 분할 검증과 여러 지표 — ROC 곡선 아래 면적, 정밀도–재현율 곡선, 평균 역순위 — 로 성능을 확인했다.
GNN의 예측을 알츠하이머 관련 경로에 대한 영향의 관점에서 재검토했다. 각 후보를 신경염증 과정에 미치는 추정 효과로 점수화하고, 혈뇌장벽 투과 능력으로 다시 한번 우선순위를 매겼다.
상위 후보를 미세아교세포 배양과 알츠하이머 환자 유래 iPSC 모델로 시험했다. 염증 표지자,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아밀로이드-β 제거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고, 유망한 결과는 형질전환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서 표적 관여와 인지 결과로 다시 검증했다.
7.2 발견
- GNN 모형에서 미노사이클린이 알츠하이머와 높은 연관 점수를 보였다.
- 네트워크 분석 결과, 미노사이클린의 표적과 신경염증 경로의 알츠하이머 연관 단백질 사이에 유의한 중첩이 있었다.
-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사이토카인 생산, 자가포식을 포함한 여러 알츠하이머 관련 과정을 조절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 네트워크 섭동 분석은 미노사이클린이 알츠하이머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양상을 정상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 NF-κB와 MAPK 연쇄를 포함한 여러 염증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 미세아교세포의 식세포 활성 증가를 통한 아밀로이드-β 제거 효과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 시험관 연구에서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 감소가 확인되었다.
- 미세아교세포 배양 모델에서 아밀로이드-β의 식세포 제거가 개선되었다.
- 형질전환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서 신경염증 감소, 아밀로이드-β 침착 감소, 인지 수행 개선이 나타났다.
- 전자의무기록의 후향적 분석에서, 다른 질환으로 미노사이클린을 장기 투여받은 환자의 알츠하이머 발생률이 낮았다.
- 예비 공개표지 임상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 지표 개선과 염증 바이오마커 감소가 관찰되었다.
-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뇌 침투성이 더 큰 대조 임상시험으로의 진행을 뒷받침했다.
7.3 논의
알츠하이머를 단일 표적 질환이 아니라 네트워크 교란으로 개념화한 것이 이 접근의 출발점이었다. 그 결과 여러 병태생리 과정, 특히 신경염증을 동시에 다루는 후보가 나왔다. 유전체·전사체·단백체를 결합해 단일 데이터 유형보다 견고한 이해를 얻었고, 미노사이클린의 알려진 약리 효과와 알츠하이머 병태생리 사이의 비자명한 연결이 드러났다.
용량 요법의 최적화, 적절한 환자 하위집단의 식별, 그리고 항균제를 장기 투여할 때의 안전성 우려. 마지막 항목은 특히 무겁다. 알츠하이머 치료는 수년에 걸치는데, 항생제를 그 기간 동안 쓴다는 것은 내성과 미생물총 교란이라는 별개의 문제를 불러온다. 원문도 이 점을 명시했다.
다만 검증의 층위는 충실했다. 인실리코 예측에서 세포 모델로, 동물 실험으로, 예비 임상 연구로 이어지는 다단계 검증이 미노사이클린의 치료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새로운 2상 시험이 시작되었다.
7.4 다른 사례들
| 질환 | AI 기법 | 데이터 | 재창출 약물 | 바이오마커 | 검증 |
|---|---|---|---|---|---|
| COVID-19 | 네트워크 ML, NLP | GWAS, 상호작용체, PubMed | 바리시티닙 | JAK–STAT | RCT |
| 알츠하이머병 | GNN, 지식그래프 | 유전자–약물–표현형 | 미노사이클린 | 염증 | 2상 시험 |
| 유방암 | 딥 그래프 모형 | 발현, PPI, DrugBank | 메트포르민 | AMPK/mTOR | 후향적 EHR |
| 파킨슨병 | SVM+ | PPI, ClinVar | 라사길린 | LRRK2 | 인비트로 |
| 다발성 경화증 | ML | 유전자 네트워크, 임상 | 핀골리모드 | S1PR1 경로 | 동물 모델 |
| 난소암 | NLP, RWR | 텍스트, TCGA | 디설피람 | ALDH1 | 실험실 검증 |
| 제2형 당뇨 | 행렬 분해 | EHR | 트리메타지딘 | GLUT4 | 코호트 연구 |
| 자가면역질환 | 다중오믹스 그래프 | 다중오믹스 | 시롤리무스 | TORC1 | 증례 시리즈 |
7.5 윤리 · 법 · 규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신뢰할 만한 예측을 얻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통합의 규모가 전통적 모형보다 훨씬 크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 환자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합치면 유출 위험은 커지고 민감도도 높아진다. 익명화, 연합학습, 안전한 다자간 연산이 위험을 줄이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좋은 모형에 필요한 데이터 양 사이에는 본질적 긴장이 남는다.
알고리즘 공정성. 편향되거나 대표성 없는 데이터로 학습한 모형은 의료 접근과 결과의 사회적 불평등을 필연적으로 재생산한다. 적절한 데이터셋 큐레이션, 편향 감사, 다양한 영향 집단의 목소리를 담은 데이터 확보로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다.
재창출 약물의 승인 통로
미국 FDA의 505(b)(2) 신약 신청 절차와 EMA의 혼합 판매허가(Hybrid Marketing Authorization) 경로가 있다. 둘 다 임상 또는 관찰 연구에서 나온 근거를 전제로 구성되었다. 이제는 사람 대상 연구가 아니라 계산에서 나온 근거를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근거의 제도화
FDA 센티넬 이니셔티브(2021)는 대규모 전자 의료 데이터로 제품 안전성을 능동 평가한다. EMA는 적응형 허가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조건부 접근을 허용하면서 약물을 반복 평가한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AI 출력과 유용하게 맞물릴 수 있는 구조다.
법적 쟁점. 기존 약물의 새 적응증에 대한 지식재산권, 데이터셋의 소유·이용권, AI 산출물에 대한 권리가 모두 미정 상태다. 용도 특허(method-of-use patent)가 일부를 보호하지만 관할권마다 달라 불확실하다. 혁신 유인과 환자 접근권, 그리고 데이터·알고리즘·예측 모형의 소유 및 이용 권한을 함께 다루는 협력 계약 모형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방향
환자 특이 모형과 디지털 트윈
기존의 재창출은 질병의 넓은 범주나 계열에 도움이 될 약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환자 특이 모형과 디지털 트윈은 방향이 다르다. 개별 환자의 분자 프로파일, 질병 특성, 약물 반응 가능성을 계산적으로 재구성한다. 질병의 계열이 아니라 개인을 표현하므로, 각 환자의 발현 양상과 생물학적 구성에 근거한 치료 권고가 가능해진다.
연합학습 —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함께 배우기
재창출에 쓰일 데이터셋 상당수는 제약회사, 학술기관, 의료 시스템 안에 독점적 형태로 존재한다. 프라이버시, 규제, 경쟁 때문에 공유되지 못한다. 연합학습은 각자 데이터의 소유권을 유지한 채 함께 모형을 만들게 한다. 병원들이 각자의 환자 기록으로 약물 반응 예측 모형을 공동 학습하거나, 제약회사들이 독점 화합물 라이브러리와 음성 스크리닝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유 표적 기전에 대한 표적 발굴 요소를 통합하는 식이다.
- 차분 프라이버시 — 공유 데이터의 프라이버시에 수학적 보증을 준다.
- 안전한 다자간 연산 — 참여자 누구도 타인의 원자료를 보지 못한 채 공동 계산을 수행한다.
- 동형암호 — 암호화된 상태 그대로 연산한다.
- Melloddy 컨소시엄 — 여러 제약회사가 독점 화학 공간과 생물 데이터를 지키면서 공유 예측 모형을 개발한 국제 다자 이니셔티브다. 이 접근의 실제 적용 사례로 꼽힌다.
이 장이 남기는 것
네트워크 약리학은 기법이 아니라 전제의 교체다. ‘하나의 약, 하나의 표적, 하나의 질병’에서 ‘네트워크 표적, 다중 성분’으로. 이룸의 법칙이 말하는 효율 저하 가운데 사람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전제다.
연결·매개·근접·고유벡터 중심성, 군집 계수, 모듈성, 경로 길이. 이 값들은 네트워크를 읽는 자이자 동시에 GNN에 그대로 집어넣을 수 있는 노드 특징이다. 생물학과 계산이 만나는 지점이 여기다.
코로나19의 바리시티닙과 알츠하이머의 미노사이클린. AI 기반 네트워크 약리학이 기전적으로 타당한 후보를 찾아내고, 빠르게 검증하고, 임상까지 밀어 올릴 수 있음을 보여 준 두 사례다.
데이터 이질성, 모형 해석가능성, 윤리·법적 쟁점, 그리고 계산적 근거를 의약품 평가의 근거로 수용하기 위한 규제 계획. 설명가능 AI, 연합학습, 통합 다중오믹스 기술의 계속된 발전이 이를 다뤄야 한다.
표 3.5의 ‘검증’ 열을 다시 보면 이 분야의 현실이 보인다. 무작위 대조시험까지 간 것은 바리시티닙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2상 시험, 후향적 EHR, 시험관, 동물 모델, 증례 시리즈에 머물러 있다. 예측의 정확도와 임상의 도달은 다른 문제다. 표 3.4의 AUC 0.97과 표 3.5의 ‘증례 시리즈’ 사이의 거리가 이 분야가 앞으로 건너야 할 거리다.
그럼에도 이 장의 기여는 분명하다. 실패의 원인을 기술이 아니라 전제에서 찾은 것. 이룸의 법칙이 말하는 효율 저하는 돈을 더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질병을 ‘고장 난 분자’가 아니라 ‘고장 난 연결’로 다시 정의하는 일 — 그것은 계산의 문제이기 전에 관점의 문제다. 그리고 관점을 바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