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에서 mRNA까지
전통적 백신 개발은 병원체 식별 → 항원 선택 → 동물 시험 → 3단계 임상 → 규제 심사 → 최종 제조의 순서를 따른다.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 불활성화, 서브유닛 같은 경험 기반 플랫폼을 쓰는데 각각 안전성, 효과, 산업적 제조에서 고유한 난점을 안고 있다.
이 정교한 절차의 대가는 명확하다. 수많은 백신 후보가 중간에 탈락하고, 실제로 승인되어 쓰인 것은 약 6퍼센트에 그쳤다.
최근 DNA와 mRNA 기반 백신이 그 판을 바꿨다. 코로나19에 대한 mRNA 백신이 11개월 만에 개발되고 승인되었다. 전통적 방법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다.
AI가 파이프라인의 어디에 들어가는가
- 패턴 탐지 — 기계학습이 표준 분석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 유전체·단백체 데이터의 패턴을 찾아낸다.
- 에피토프 예측 — 딥러닝, 특히 신경망이 면역원성 에피토프를 예측하고 백신 제형을 최적화한다. MHC-I과 MHC-II에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예측해 인구집단의 HLA 유전 변이에 맞춘 설계가 가능해진다.
- 시스템 면역학 — 숙주–병원체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인 설계를 뒷받침한다.
- 병목 해소 — 예측 모형이 항원 식별을 빠르게 해 병원체 출현부터 백신 후보 선정까지의 시간을 수년에서 수주로 줄인다.
코로나19 외에도 적용된다. AI 기반 설계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의 효과가 개선되었다.
팬데믹 시기의 백신 발굴
| 영역 | AI 기법 | 중요성 | 과제 |
|---|---|---|---|
| 항원·에피토프 예측 | 기계학습, 딥러닝, 역백신학, 에피토프 매핑 | 백신 표적의 신속한 식별, 후보 선택의 최적화 | 데이터 이질성, 모형 해석가능성 |
| 백신 설계 | 다중 에피토프 설계, 펩타이드 백신 설계, mRNA 최적화 | 설계 기간 단축, 면역원성 향상 | 다중오믹스 통합, 제형화의 난점 |
| 전달과 최적화 | 나노입자 설계, 공급망 모형화 | 전달 효율과 백신 안정성 개선 | 규제 장벽, 확장성 |
| 임상과 대중 참여 | 임상시험 최적화, 감성 분석 | 환자 선정 개선, 여론의 실시간 감시 | 윤리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
2.1 스파이크 단백질을 어떻게 골랐나
2019년 말 SARS-CoV-2가 등장하자 유전체가 시퀀싱되어 국제 데이터베이스로 즉시 공유되었다. 서열이 공개되자마자 AI 분석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백신 개발의 유력한 후보임을 짚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스파이크는 세포 표면의 ACE2에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바이러스 바깥에 노출되어 있다. 기능적으로 결정적이면서 동시에 면역계가 접근할 수 있다. AI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유망한 에피토프 — 안전하고,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인체에서 교차반응 위험이 낮은 짧은 아미노산 서열 — 를 예측했다.
2.2 단백질을 언어로 읽는다
자연어처리 모형이 단백질 서열을 언어 구조처럼 분석하는 데 전용되었다. 아미노산 서열을 고유한 문법 규칙을 가진 생물학적 ‘문장’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MIT를 비롯한 기관의 연구진이 만든 단백질 언어 모형은 사람 언어 처리에 쓰이는 트랜스포머 구조를 그대로 써서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한다.
이 접근이 특히 값진 대목은 백신 효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변이를 이해하는 일이다. 실험적 검증 없이도 서열 변이의 기능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 AlphaFold와 구조 예측
딥마인드가 만든 AlphaFold는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 구조를 찾는 일을 훨씬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X선 결정학이나 저온전자현미경 같은 비싸고 오래 걸리는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SARS-CoV-2를 비롯한 병원체의 백신 설계에서 중요한 에피토프를 안정적으로 제시하도록 도와 백신의 위력과 효과를 함께 높였다.
구조 예측 외에도 통합 계산 접근이 쓰였다. 유전체·구조·면역·역학 데이터를 결합해 숙주–병원체 관계의 상세 모형을 만든다. 여러 SARS-CoV-2 변이주를 비교한 결과 스파이크의 구조와 기능이 변이 사이에서 유지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것이 여러 변이에 두루 듣는 백신 설계의 근거가 되었다.
백신 설계 플랫폼
Vaxign과 Vaxign-ML은 지도학습과 생물정보학을 결합해
세균·바이러스 백신 후보를 세포내 위치, 세포벽 결합 가능성, 막관통 성질 같은
생물학적 지표와 대응시킨다. SARS-CoV-2, 지카 바이러스, 여러 인플루엔자 균주,
약제내성 세균에 두루 적용되었다.
에피토프 예측에서는 DeepVacPred와 IEDB 같은 플랫폼이
에피토프의 물리적·진화적·접근성·인구집단 관련 특성을 함께 분석한다.
항체가 결합하는 B세포 에피토프와 T세포 수용체가 인식하는 T세포 에피토프 모두를 다룬다.
인구집단 포괄 설계 — 왜 중요한가
MHC 대립유전자 빈도는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다. 팬데믹은 전 지구적이다. 이 두 사실이 만나면 결론은 하나다. 모든 인구집단에서 작동하는 백신이 필요하다.
NetMHCpan 모형으로 다양한 MHC 대립유전자에 강하게 결합하는 바이러스 펩타이드를 찾으면,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어느 부위가 T세포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있다.
적응면역과 장기 면역 양쪽에 중요하다.
| 플랫폼 | 용도 | 입력 | 핵심 특징 | 예측 정확도 |
|---|---|---|---|---|
| Vaxign-ML | 세균·바이러스 항원 역백신학 | 병원체 유전체 서열 | ML 기반 항원 예측, 세포내 위치, 부착소 확률 | 민감도 90.1% · 특이도 91.2% |
| NetMHCpan-4.1 | MHC-I 펩타이드 결합 예측 | 펩타이드 서열 (8–14 아미노산) | 12,000개가 넘는 MHC-I 대립유전자 포괄 | AUC 0.93 |
| AlphaFold | 단백질 구조 예측 | 아미노산 서열 | 딥러닝 구조 예측, 신뢰도 점수 | 잘 접힌 도메인 >90% |
| IEDB 분석 도구 | B·T세포 에피토프 예측 | 단백질 서열, MHC 대립유전자 | 여러 예측 알고리즘, 인구집단 커버리지 분석 | 방법별 70–95% |
| DRREP | B세포 에피토프 예측 | 단백질 서열 | 딥 릿지 회귀, 문자열 커널 | 60–85% (데이터셋 의존) |
| VaxiJen | 항원 예측 (세균·바이러스·종양) | 단백질 서열 | 정렬에 의존하지 않는 예측 | 70–89% (병원체 의존) |
| PEPITO | 입체 B세포 에피토프 예측 | 3차원 단백질 구조 | 구조 기반 에피토프 매핑, 반구 노출도 | 약 75% |
| CTLPred | 세포독성 T세포 에피토프 예측 | 단백질 서열 | SVM 기반, 다중 MHC 대립유전자 | 72–84% (대립유전자 의존) |
342일의 일지
2020년 1월 10일 SARS-CoV-2 유전체 서열이 공개되었다.
모더나는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협력해
1월 13일까지, 그러니까 사흘 만에 백신의 기본 설계를 완성했다.
여기에는 K986P/V987P 프롤린 치환이 포함되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감염 전 열린 구조로 붙잡아 두어 안정성을 높이고 면역반응을 빠르게 끌어내는 장치다.
미국의 주요 코로나19 백신이 모두 이 치환을 쓴다.
4.2 두 회사가 한 일
모더나의 가속 설계
항원 선택을 넘어 mRNA 자체의 상세 최적화가 함께 이루어졌다. 인간 세포가 더 잘 처리하도록 코돈을 최적화하고, 해로운 RNA 2차 구조를 예측해 피하고, mRNA를 안정화하면서 면역계의 과잉 반응을 줄이는 화학적 변형을 찾아냈다. 1상 임상은 3월 16일에 시작되었다. 서열 공개로부터 66일째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계산적 선별
처음에 RNA 포장 방식과 표적 항원이 서로 다른 여러 후보를 동시에 평가했다. 두 건의 연구가 기계학습으로 전임상 면역원성 데이터와 초기 임상 결과를 분석해, 대규모 핵심 시험에 올릴 최적의 후보를 골라냈다.
두 플랫폼 모두 서열 조정에 AI를 광범위하게 썼다. 인간 세포에서 단백질 발현을 늘리는 코돈 사용 알고리즘, 기능을 방해하는 2차 구조를 줄이는 RNA 구조 예측 알고리즘, 세포 안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mRNA가 더 오래 남게 하는 안정성 향상 변형이 그것이다. 결과는 3상 시험에서 증상성 코로나19에 대한 95퍼센트 이상의 예방 효과였다.
표를 세로로 읽으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2상 시작이 1상 결과 발표보다 앞선다. 두 트랙 모두 그렇다. 원문은 이것을 “AI 예측이 가능하게 한 병렬 개발”이라고 적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알고리즘의 성취라기보다 위험 감수의 결정이다. 앞 단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다음 단계를 시작하려면 누군가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팬데믹이라는 조건과 공적·사적 자금이 그 위험을 흡수했다. AI는 그 결정의 근거를 제공했지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원문 표 자체에도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다. BNT162b2의 2상 시작이 4월, 1상 시작이 4월 23일로 적혀 있어 순서가 뒤집혀 있다. 실제로는 1/2상 병합 설계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원문에 설명이 없으므로 여기서도 표대로 옮겼다.
4.3 단계별로 얼마나 줄었나
| 개발 단계 | 전통적 방식 | AI 적용 방식 | 시간 절감 | 핵심 기술 |
|---|---|---|---|---|
| 표적 식별 | 경험적 스크리닝, 문헌 검토 | 유전체 분석, 역백신학 | 70–90% | Vaxign, Vaxign-ML, 비교유전체 알고리즘 |
| 항원 설계 | 시행착오식 최적화 | 구조 기반 합리적 설계 | 60–80% | AlphaFold,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
| 에피토프 매핑 | 실험적 에피토프 매핑 | 계산적 에피토프 예측 | 30% 단축 | NetMHCpan, IEDB, DeepVacPred |
| 제형 최적화 | 체계적 실험 스크리닝 | ML 유도 제형 설계 | 40–60% | 기계학습 최적화 알고리즘 |
| 전임상 시험 | 순차적 동물 연구 | 예측 모형화 + 표적화된 연구 | 20–40% | QSAR 모형, 독성 예측 |
| 임상시험 설계 | 표준 프로토콜 | 적응형 시험 설계 | 주 → 일 | 베이지안 최적화, 환자 층화 |
| 제조 | 시행착오식 공정 개발 | AI 유도 공정 최적화 | 33배 향상 | 공정분석기술(PAT), 예측 정비 |
| 규제 제출 | 수작업 문서화 | AI 보조 규제 문서 작성 | 주 → 일 | 자연어처리, 자동 보고서 생성 |
AI 알고리즘은 근본적으로 고품질의 포괄적인 데이터셋에 의존한다. 백신 발굴에서 이 조건은 자주 충족되지 않는다. 주석이 달린 면역학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신종 병원체나 희귀질환에서는 특히 그렇다.
기존 면역학 데이터베이스 상당수가 잘 연구된 병원체와 모델 생물에 편중되어 있다. 새롭거나 덜 연구된 표적에 대해 AI 예측의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342일은 SARS-CoV-2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면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SARS와 MERS를 거치며 이미 상당히 연구된 대상이었다.
임상시험과 생산
환자 층화
넓은 포함 기준으로 시험을 돌리면 특정 집단에서의 효과가 가려질 수 있다. 기계학습이 인구학적·임상적·면역학적 데이터로 환자를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집단으로 나눈다. 모더나 COVE 시험이 이 방식으로 참가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충분히 포함되도록 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웨어러블에서 나오는 연속 데이터를 기계학습으로 분석하면 백신 반응이나 면역 형성을 시사하는 미세한 신체 변화를 잡아낼 수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시험에서는 참가자가 스마트폰으로 증상과 소감을 기록해 안전성 문제를 빠르게 탐지했다.
적응형 설계와 베이지안 최적화
중간 분석 후 프로토콜을 수정하면서도 규제와 통계 원칙을 지킨다. 시험 도중에 매개변수를 최적화하므로 과학적 정확성을 해치지 않고 기간을 줄일 수 있다. RECOVERY 시험 플랫폼이 여러 코로나19 치료제를 동시에 검증한 사례다.
분산 시험과 원격 감시
팬데믹으로 현장 방문이 중단되자 원격 방식이 필요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이 디지털 등록과 원격 감독의 효과를 입증했고, AI가 멀리 떨어진 지역 간 데이터 일관성을 유지했다. 이 방식은 참여의 장벽을 낮춰 이후에도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합성 대조군 — 윤리적 고려에서 나온 방법
과거 데이터셋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합성 대조군을 만든다. 기존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비교군을 시뮬레이션하므로 위약군에 배정되는 참가자 수를 줄일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중요한 윤리적 고려다.
다만 원문은 곧바로 단서를 붙인다. 합성 대조군을 일차 근거로 인정하는 규제는 아직 제한적이다. 기관들은 특정 맥락에서 보조 근거로 쓰는 데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실세계 안전성 신호 탐지
코로나19 백신의 세계적 배포는 AI가 백신 안전성 감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볼 기회였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처럼 극히 드문 사례가 이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당국과 대중에게 알려졌다. 기계학습을 쓰면 불균형 분석이 개선되어 예상보다 유의하게 자주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더 잘 짚어낸다. FDA의 센티넬 이니셔티브는 미국 인구 거의 전체를 포괄하는 대규모 보건 데이터로 백신 안전성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코로나19 너머
ERVEBO
rVSV-ZEBOV는 원래 기계학습 없이 개발되었으나, 이후 제조 공정과 안정성 개선에 ML이 적용되었다. 계산적 매핑으로 에볼라 당단백질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위를 찾아 여러 에볼라 종에 방어력을 갖는 개선 백신의 근거를 만들었다.
2015–16년의 대응
기계학습을 지카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에 적용해 백신에 적합한 부위를 골라냈다. 바이러스 서열이 나온 뒤 몇 달 안에 mRNA를 포함한 여러 백신이 만들어져 동물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냈다.
모자이크 면역원
HIV는 변이와 면역 회피 능력 때문에 특히 어렵다. 계산 설계로 모자이크 HIV 백신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흔히 관찰되는 에피토프 변이를 다수 포함하도록 설계하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HIV에서 AI가 하는 세 가지
- 구조 백신학 — AlphaFold 같은 도구로 광범위 중화항체가 결합하는 단백질의 입체 영역을 찾아내고, 그 영역으로 면역원을 만든다.
- 항체 성숙 경로 분석 — 성숙한 광범위 중화항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같은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백신을 설계한다.
- 시스템 백신학 — 다중오믹스 분석으로 방어 면역과 연관된 분자 시그니처를 찾는다. 부분적 효능을 보인 유일한 HIV 백신 시험인 RV144의 전사체 데이터를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방어와 상관하는 유전자 발현 시그니처를 찾아냈고, 이후 설계에 반영되었다.
6.2 아직 나타나지 않은 위협
- 유출(spillover) 예측 — 병원체가 동물에서 어떻게 옮겨지는지, 야생에서 어떻게 발견되는지, 유전체가 어떤지를 분석해 사람을 감염시킬 능력이 높은 것을 찾아낸다. USAID가 지원한 PREDICT 프로젝트가 이 기법으로 1,000종이 넘는 신종 바이러스를 찾아 팬데믹 위험 순으로 배열했다.
- 구조 예측 선행 — SARS-CoV-2가 등장했을 때 실제 결정 구조가 나오기 전에 상동성 모형화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이 계산 모형이 초기 백신 설계를 이끌었고, 나중에 실험 구조가 나왔을 때 정확했음이 확인되었다.
- 실시간 유전체 감시 — GISAID와 Nextstrain으로 전 세계 바이러스 유전체를 추적한다. 팬데믹 동안 변이를 포착하고 백신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갱신 백신에 어떤 변이를 넣을지 결정하는 데 쓰였다.
- 진화 예측 — HIV와 인플루엔자처럼 빠르게 변하는 병원체에서 앞으로 나타날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해 백신을 미리 준비하는 방향이 제시된다.
과제와 윤리
데이터의 문제는 양이 아니라 구성이다
생의학 연구 데이터는 수집 방식, 측정 대상, 포함 대상이 제각각이어서 일관되지 않다. 유전체·단백체 데이터에는 배치 효과, 기술적 편차, 집단 특이적 문제가 섞여 들어와 모형 성능을 떨어뜨린다. 실험실이 다르고 시약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면 고속 대량 생물학 결과와 결과 변수 사이에 잘못된 연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이크로어레이 실험에서는 기법 차이가 생물학적 시료 간 차이보다 훨씬 큰 변동을 만든다는 보고도 있다.
더 무거운 문제는 대표성이다. 많은 면역학 데이터셋이 인종 집단 간 균형이 맞지 않고 유럽계 조상 인구에 치우쳐 있다. 유전적 배경은 백신 반응과 방어력을 바꾸므로 이 편중은 정밀의료의 활용 범위 자체를 제한한다.
일부 임상시험 모형은 참가자를 정할 때 인구 구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시험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 공동체에서는 백신이 덜 효과적일 수 있고,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대신 키우게 된다.
이 장은 여기서 5장에서도 나왔던 사례를 다시 인용한다. 의료 알고리즘의 편향이 인종적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다는 연구다. 같은 문제가 백신 개발과 배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의 경고다.
완화 시도는 있다. H3Africa 컨소시엄이 아프리카 인구를 위한 유전체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연합학습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인구집단에 걸쳐 공동 학습하는 방법으로 탐색되고 있다.
검증 방법론이 따로 필요하다
이 절은 이 장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구체적인 부분이다.
- 전통적 통계 검정으로는 AI 모형을 제대로 시험할 수 없다. 새로운 검증 규약이 설계되어야 한다. 의료 AI는 기술적 작동, 임상적 결과, 구현상의 난점이라는 세 축에서 검증되어야 하며 이는 전통적 통계 문제와 별개다.
- 표준 k-겹 교차검증은 부적절할 수 있다. 백신 개발 데이터는 시간적·생물학적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집단 단위 또는 시계열 단위로 데이터를 분할해야 예측 성능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결과가 낙관적으로 편향된다.
- 새로운 유형의 병원체는 과거 데이터에 없다. 낯선 데이터를 탐지하고 그에 적응하는 신뢰할 만한 기제가 필요하다.
해석가능성과 국제 거버넌스
딥러닝의 블랙박스 성격은 규제 승인과 과학적 검증 양쪽에서 문제가 된다. SHAP과 LIME이 생물학 시스템에서 AI 예측을 이해하는 주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 특징이 예측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주는지 짚어 주므로 설계 최적화에 결정적인 통찰이 된다. FDA는 AI/ML 액션 플랜에서 의료 응용에 해석 가능한 AI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WHO는 보건 분야 AI의 여섯 가지 핵심 원칙을 세웠다.
투명성
책임성
포용성
대응성
지속가능성
인간의 감독
규제 쪽에는 또 하나의 난제가 있다.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AI 모형이다. 현장 상황에 맞춰 적응하는 시스템을 보건 법령 아래에서 언제 어떻게 승인할 것인가. 안정된 규칙과 계속 변하는 기술 사이의 긴장이 여기서 생긴다.
저·중소득국의 조건
LMIC는 인프라 한계와 데이터 부족 때문에 AI 기반 백신 개발을 채택하는 데 큰 장벽에 부딪힌다. 고성능 계산 자원과 숙련 인력의 부재가 백신 혁신 역량에서 ‘디지털 격차’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원문은 여기에 반례를 함께 든다. H3Africa 컨소시엄이 아프리카 전역에 생물정보 역량을 구축한 성공 모형으로 제시된다. 유전체 연구를 위한 계산 기술과 인프라 개발에 초점을 맞춘 범아프리카 네트워크다.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AI·생물정보 역량 구축이 가능하다는 증거다.
다음 플랫폼
지질나노입자
mRNA 백신 개선의 핵심이다. AI 모형이 표적 전달에 맞는 지질 비율을 제안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염증에 미치는 영향을 판정한다. 전달 성능이 좋고 더 안전한 새 지질을 생성하는 데도 알고리즘이 쓰였다.
DNA 백신
면역 자극이 약해 쓰기 어려웠던 플랫폼이다. AI가 가장 효율적인 프로모터, 인핸서, 코돈을 골라 인체에서 단백질 생산을 늘린다. 전기천공 같은 전달 기법과 결합하면 오랜 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임상 전사체 결과에 기계학습을 적용해 효능과 안전성을 미리 예측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벡터
AI와 유도 진화를 결합하면 진화를 계산으로 예측해 벡터 개선 속도를 높인다. 기계학습으로 라이브러리를 설계하고 스크리닝을 갱신해 원하는 벡터 성질을 효율적으로 찾는다. 전달이 특히 어려운 세포 유형을 겨냥한 벡터 개발에 유용하다.
약어
이 장이 남기는 것
이 장의 힘은 주장이 아니라 날짜에 있다. 1월 10일 서열 공개, 1월 12일 항원 설계, 1월 13일 구조체 최적화, 2월 7일 첫 제조 배치, 3월 16일 1상, 12월 18일 긴급사용승인. 검증 가능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장은 앞선 여러 장보다 근거가 단단하다.
표 8.4를 보면 AI의 기여가 단계마다 크게 다르다. 표적 식별은 70–90퍼센트가 줄었지만 전임상 시험은 20–40퍼센트다. 계산이 대신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이 갈린다. 살아 있는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전히 시간을 요구한다.
7절의 교차검증 논의가 이 장의 숨은 미덕이다. 백신 데이터는 시간적·생물학적 연관을 가지므로 표준 k-겹 교차검증은 성능을 낙관적으로 부풀린다. 집단 단위, 시계열 단위 분할이 필요하다. 이 지적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실무적인 대목 중 하나다.
LMIC의 계산 자원 부족은 ‘디지털 격차’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은 H3Africa를 반례로 든다. 자원이 제한된 곳에서도 역량 구축은 가능하다는 것 — 4장의 로드맵과 이어지는 지점이다.
342일은 실제 기록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AI의 성취로만 돌리면 사실과 어긋난다. 같은 342일 안에는 AI 말고도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플랫폼. mRNA는 항원만 바꿔 끼우면 되는 구조다. 이 플랫폼은 팬데믹 이전 십수 년간 축적되었다. 선행 지식. 코로나바이러스는 SARS와 MERS를 거치며 이미 연구되어 있었고, 스파이크를 안정화하는 프롤린 치환도 팬데믹 전에 나온 발견이다. 자본과 위험 감수. 1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2상을 시작하고, 승인 전에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누군가 그 손실 가능성을 떠안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도. 규제 심사가 병렬로 돌아갔고 긴급사용승인 경로가 열려 있었다.
AI가 한 일은 이 조건들 위에서 설계 단계의 시간을 압축한 것이다. 표 8.4가 정직하게 보여 주듯 표적 식별에서 70–90퍼센트를 줄였고 전임상에서는 20–40퍼센트를 줄였다. 작은 기여가 아니다. 다만 342일이라는 결과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그 기록은 근거가 아니라 선전이 된다.
그래서 이 장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표 8.3과 표 8.4를 함께 놓는 것이라고 본다. 앞의 표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말하고, 뒤의 표는 그중 얼마가 계산 덕분인지를 말한다. 두 표 사이의 거리가 이 분야의 정직한 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