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폴드 3를 내놓은 지 거의 2년이 지났다. 알파폴드 3는 신약 발굴에 초점을 맞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도록 개량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딥마인드의 바이오제약 스핀오프인 아이소모픽 랩스가 그보다 더 강력한 인공지능 모델을 발표했다. 그리고 회사는 그 혁신을 자기 안에 가두어 두기로 했다.
런던에 자리 잡은 아이소모픽 랩스는 지난달 27쪽짜리 기술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자사의 '신약 발굴 엔진'인 IsoDDE의 역량을 내세웠다. 단백질이 후보 약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항체 구조를 다루는 능력은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알파폴드 3는 애초에 신약 발굴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 노벨상을 받은 전작 알파폴드 2와 달리, 이 모델은 단백질이 다른 분자와 — 후보 약물을 포함해서 —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그 뒤 알파폴드 3를 본떠 만든 여러 AI가 성능에 근접했고 새로운 능력까지 갖췄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진이 개발해 지난해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 Boltz-2는 후보 약물이 단백질에 얼마나 강하게 달라붙는지, 즉 결합 친화도(binding affinity)를 예측할 수 있었다. 치료제 개발에서 핵심이 되는 성질이고, 보통은 계산량이 많은 물리 기반 방법으로 예측한다.
감춰진 깊이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갈린다. 알파폴드 계열 AI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공개되었고 학술지 논문으로 깊이 있게 서술되었다. 그러나 IsoDDE는 독점 자산이며, 기술보고서는 비슷한 결과를 얻는 방법에 관해 거의 아무런 실마리도 주지 않는다.
"알파폴드 4 급의 중대한 진전이다." 컬럼비아대학의 계산생물학자 모하메드 알쿠라이시가 한 말이다. 그가 말한 알파폴드 4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구글 딥마인드 기술의 다음 세대를 가리킨다. 알쿠라이시는 알파폴드를 완전한 오픈소스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문제를 짚었다. "물론 문제는, 우리가 세부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진전의 크기를 인정하는 사람과 그 진전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 이 기사의 긴장은 전부 여기서 나온다.
무엇을 주장하나
보고서가 내세운 성과는 세 갈래다. 모두 아이소모픽 측의 주장이며, 외부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합 친화도 예측
최신 AI가 Boltz-2와 물리 기반 방법을 모두 능가한다. 계산량이 많은 물리 시뮬레이션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 아이소모픽 기술보고서항체–표적 상호작용
항체가 표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예측도 최고 수준이다. 항체는 연간 수백억 파운드 매출을 올리는 치료제의 기반이다.
출처 · 아이소모픽 기술보고서분포 밖 일반화
알쿠라이시가 특히 인상적으로 꼽은 대목이다. 학습 데이터에 기술된 것과 완전히 다른 분자에 대해서도 약물–단백질 상호작용을 예측해낸다.
평가 · Mohammed AlQuraishiBoltz-2 — 오픈소스 대조군
MIT 연구진이 개발해 지난해 공개했다. 결합 친화도 예측 능력을 갖춘 공개 모델로, IsoDDE 주장의 유일한 공개 비교 기준 역할을 한다.
Passaro et al., bioRxiv 2025알쿠라이시가 세 번째 항목을 짚은 이유는 명확하다. 학습 데이터와 닮은 분자를 잘 맞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닮지 않은 분자를 맞히는 것이 어렵다. "그게 진짜 어려운 문제다. 그들이 뭔가 상당히 새로운 걸 했다는 뜻이다." 그의 말이다.
비밀 소스
IsoDDE를 떠받치는 모델들은 다른 시도에서 쓰인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소모픽의 사장 맥스 자더버그의 말이다. 그러나 회사는 그 뒤에 있는 '비밀 소스'를 공개할 계획이 없다.
"대부분의 큰 기계학습·AI 진전이 그렇듯, 이것도 연산·데이터·알고리즘의 조합이다." 자더버그가 덧붙인 설명이다. 그는 이번 보고서가 신약 발굴 AI를 만드는 다른 팀들의 노력을 "촉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산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조합.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문장은 사실상 모든 기계학습 시스템에 대해 참이다. 아무것도 특정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보고서가 27쪽에 걸쳐 남긴 공백의 성격이 바로 이렇다.
자더버그는 기술보고서에 사용된 것과는 다른 버전의 IsoDDE를 여럿 개발했다고 밝혔다. 파트너사와의 작업용도 있고, 그것들은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를 반영한다. 기계학습 디렉터 미하엘 샤르슈미트는 회사의 데이터 전략이 "상당히 포괄적"이라고 말했다. 공개 데이터, 합성 학습 데이터, 그리고 "라이선스를 시도할" 데이터 소스를 함께 쓴다는 것이다.
데이터 논쟁
그렇다면 성능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서 전문가들의 판단이 갈린다.
다케다 제약의 계산구조생물학자 디에고 델 알라모는 소셜미디어 X에 이렇게 적었다. "이 보고서는 업계와 제휴해 그들의 비공개 구조 데이터에 접근하려는 광범위한 노력 뒤에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추가 데이터가 IsoDDE의 성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지 못한다." 비공개 데이터가 성능을 만들었다면, 알고리즘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외부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함의가 따라붙는다.
반대편 견해도 있다. Boltz-2를 공동 개발했고 지금은 런던에서 회사 Boltz를 이끄는 기계학습 연구자 가브리엘레 코르소는, 자기 팀이 확인하고 있는 개선 폭을 근거로 독점 데이터가 아이소모픽 도구의 보고된 성능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밖에 나와 있는 데이터만으로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개선이 많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개선은 많다. 이것은 새로운 기준선이다 — 따라잡아야 할, 그리고 넘어서야 할."
— 가브리엘레 코르소 · Boltz 대표, Boltz-2 공동개발자이 발언의 무게는 마지막 세 단어에 있다. 따라잡는 것과 넘어서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비공개 모델이 세운 기준선이 오픈소스 진영에 목표이자 동시에 도발이 된 셈이다.
사업의 지형
비공개 결정을 이해하려면 회사가 서 있는 자리를 보아야 한다. 아이소모픽은 수십억 파운드 규모가 될 수 있는 신약 개발 계약을 세 곳의 제약사와 체결했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논문이 아니라 임상시험이 목표인 조직에게 방법론 공개는 자산의 유출이다. 학술적 개방성과 상업적 독점성이 충돌하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신뢰도 지도
알파폴드가 예측한 구조를 읽을 때 연구자들은 pLDDT 색을 먼저 본다. 짙은 파랑은 믿을 만한 영역이고, 주황은 사실상 모르는 영역이다. 이 기사의 내용도 같은 방식으로 색을 입혀볼 수 있다.
- 알파폴드 2·3의 구조와 방법 — 학술지 논문으로 서술됨
- Boltz-2의 존재와 오픈소스 공개 사실
- J&J·릴리·노바티스와의 계약 체결 사실
- IsoDDE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27쪽 기술보고서가 나왔다
- 회사가 여러 버전의 IsoDDE를 파트너별로 운영한다
- 데이터 전략이 공개 데이터·합성 데이터·라이선스 데이터를 포함한다
- 결합 친화도에서 Boltz-2와 물리 기반 방법을 능가한다는 성능 수치
- 항체–표적 상호작용 예측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
- 모델이 다른 시도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진술
- 아키텍처·학습 방법 — 어떻게 그 결과에 도달했는지
- 비공개 구조 데이터가 성능에 기여한 정도
- 분포 밖 일반화를 가능하게 한 "새로운 무엇"의 정체
- 제3자가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장인물
Mohammed AlQuraishi
Max Jaderberg
Michael Schaarschmidt
Diego del Alamo
Gabriele Corso
참고문헌
같은 지면에 실린 다른 기사
업로드된 PDF는 Nature 651권 18쪽 한 면 전체다. 지면 위쪽에는 앞 페이지에서 이어진 다른 기사의 끝부분이 실려 있다. 주제가 전혀 다르므로 아래에 따로 옮긴다.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가 가속 노화의 지표를 되돌렸다
치료를 받은 참가자들은 이전 대비 보행 검사에서 약 20%의 개선을 보였다. 줄기세포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임상적 노쇠 척도에서도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척도를 만든 캐나다 핼리팩스 댈하우지대학의 노인의학자 케네스 록우드는 "노쇠 등급을 통째로 하나 개선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행 검사와 노쇠 점수의 개선이 "가장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연구자들은 가속 노화의 영향이 다인자적이고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연구가 진행성 악화의 정지가 아니라 실제 개선을 확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앨리스 케인은 참가자를 더 오래 추적했다면 더 인상적인 결과를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치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중간엽 줄기세포의 효과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치료가 작은 혈관을 둘러싼 조직의 염증을 줄였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줄기세포를 받은 사람들이 대조군에 비해 그 조직 유형에 특이적인 염증 바이오마커 수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무도 열이 나지 않았고, 아무도 발진이 생기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심각한 일이 없었다." 헤어의 말이다. 이 부작용들은 다른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각각 관찰된 적이 있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치료가 임상으로 가는 길은 명확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이 노쇠를 질병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헤어는 자기 회사가 이 치료로 낙상 위험을 줄이거나 수술 후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면 승인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전의 크기는 합의되었고, 진전의 내용은 관측되지 않는다
이 기사가 기록한 것은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이다. 알파폴드 2는 노벨상을 받았고, 알파폴드 3는 논문으로 서술되었다. 그 계보의 다음 단계는 학술지가 아니라 27쪽짜리 기술보고서로 등장했고, 방법은 회사 안에 남았다.
과학계가 이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알쿠라이시처럼 진전을 인정하면서 세부의 부재를 지적하는 길이 있고, 델 알라모처럼 데이터 접근의 비대칭을 문제 삼는 길이 있고, 코르소처럼 공개 데이터만으로 따라잡고 넘어서겠다고 선언하는 길이 있다.
구조 예측 AI가 신약 파이프라인의 자산이 되는 순간, 재현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기본 규범과 독점이라는 산업의 기본 규범이 정면으로 만난다. IsoDDE는 그 충돌의 첫 번째 대형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