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려운가
전통적 백신 파이프라인은 광범위한 동물 실험, 실험실 연구,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요구한다. 그래서 비싸다. 그런데 이 난점의 뿌리는 절차가 아니라 면역 생물학 자체의 복잡성에 있다.
AI가 들어오는 자리는 여기다. 기계학습과 딥러닝이 다양한 생물학 데이터셋에서 학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유전체를 훑어 항원성 에피토프를 예측하고 백신 표적을 고른다. 면역원 설계, 제형 최적화, 보조제 선정도 뒷받침한다. 기존 기술이 자동화를 통한 시행착오에 의존했다면, AI는 알려진 면역 반응과 병원체 데이터로 모형을 훈련시켜 다른 길을 낸다.
코로나19가 그 증거였다. SARS-CoV-2 유전체와 변이 감시에 AI가 쓰였고, 기계학습이 유망한 면역 에피토프와 항원을 찾아 mRNA·바이러스 벡터 백신 후보의 설계를 이끌었다. 병원체 식별에서 임상시험까지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이 걸렸다.
7장과 8장은 성과를 말했다. 이 장은 같은 사실을 훑되 반대쪽 칸을 함께 채운다. 2절부터 4절까지가 이득의 목록이고, 5절이 여섯 개의 한계, 6절이 다섯 개의 권고다.
세 개의 백신 장 가운데 이 장이 가장 읽을 만한 이유가 그 구조에 있다. 단계마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못 갚았는지가 대응된다.
파이프라인 장부
이 장의 2절과 3절은 백신 파이프라인의 모든 단계를 차례로 훑는다. 아래는 그 내용을 단계별로 정리한 것이다. 각 단계마다 전통적 방식, AI 방식, 그리고 5절이 지적한 한계가 함께 붙는다.
일곱 단계의 ‘한계’ 칸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말이 반복된다. 데이터가 작고 편향되어 있다. 희귀 HLA 대립유전자, 종양 에피토프, 대표성 없는 인구집단, 잘 연구되지 않은 병원체.
이 장이 여섯 개의 한계를 나열하지만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진 가지들이다. 해석가능성도, 일반화 실패도, 임상 전환의 어려움도 결국 데이터의 문제다. 모형을 바꿔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조표
| 개발 단계 | 전통적 방식 | AI 보조 방식 |
|---|---|---|
| 항원 · 에피토프 식별 | 실험실 스크리닝과 동물 시험으로 수년 | ML 기반 에피토프·항원 예측으로 수 주에서 수 개월 |
| mRNA 서열 설계 | 수작업 코돈 최적화, 시행착오. 수개월에서 수년 | LinearDesign 같은 도구가 최적 서열을 수 분에 설계.
마우스에서 단백질 발현 100배 향상 |
| 백신 발굴 전체 기간 | 병원체 발견에서 승인까지 평균 10–15년 | AI 보조 유전체 분석과 에피토프 선정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은 1년 미만 |
| 개발 비용 | 새 백신 하나당 평균 28억 달러 | 초기 실패를 줄이고 인실리코 시험을 가능하게 해 30–60퍼센트 절감 전망 |
| 예측 정확도 (에피토프 결합 · MHC 친화도) |
고전적 생물정보 모형 60–70% | AI 모형 80–90% |
| 임상시험 코호트 선정 | 수작업 모집.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 AI 보조 선정으로 AUC 0.72 → 0.80, 선별 비용 감소 |
첫째, 기간 수치가 서로 맞지 않는다. 표에는 전통적 기간이 “10–15년”으로 적혀 있는데, 본문이 인용한 별도 분석은 “6년에서 2년으로”라고 적는다. 출발점이 10년인지 6년인지에 따라 절감률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둘째, 28억 달러라는 비용은 출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7장은 백신 하나당 5억에서 20억 달러로 적었고, 28억 달러는 6장에서 중추신경계 약물의 개발 비용으로 등장한 수치다. 같은 책 안에서도 값이 다르다.
셋째, AUC 0.72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다. 본문 3.4절은 SuperLearner 모형이 교차검증 AUC 0.72를 달성했다고 적는다. 그런데 표에서는 0.72가 ‘개선 전’ 값으로 놓여 있다. 같은 숫자가 한 곳에서는 성과이고 다른 곳에서는 기준선이다.
이 지적들은 이 장의 논지를 흔들지 않는다. 다만 표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인용하기 전에 본문을 확인해야 한다.
4.x 표 뒤에 있는 실제 연구들
mRNA 서열 설계
스파이크 mRNA 서열을 최적화하되 2차 구조 안정성과 코돈 사용을 함께 저울질한다. 최적 설계를 몇 분 안에 찾아낸다. 관습적 설계와 비교해 단백질 발현이 높았고 마우스에서 항체 역가가 100배 넘게 올랐다.
바이러스 벡터 다양화
기계학습 모형이 AAV2 캡시드의 기능적 변이체 11만 개 이상을 만들어 냈다. 자연에 존재하는 AAV 서열의 다양성을 크게 넘어선다. 실험적 패키징 데이터로 학습해 실행 가능한 캡시드 변이를 다수 찾아냈다.
보조제 발굴
합성 화학 파이프라인이 1016 규모의 합성 DNA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생성하고 기계학습으로 범종(pan-species) TLR9 작용제를 찾아냈다. 현재 여러 백신에 쓰이고 있다.
전달 시스템 설계
트랜스포머 기반 모형이 지질나노입자 제형 전체를 인코딩해 5천만 개가 넘는 지질·고분자 나노입자 변이를 인실리코로 선별한다. 고분자 보조제를 포함한 다성분 LNP를 예측했고, 시험관과 생체 내에서 높은 mRNA 발현을 냈다.
여섯 개의 한계
데이터의 크기와 편향
백신 AI는 단백체, 임상 종점, 유전체 등 다양한 데이터셋을 요구하지만 데이터의 크기와 품질이 모형 성능을 제약한다. 백신 관련 데이터셋은 대개 작고 편향되어 있다.
해석가능성과 신뢰
복잡한 딥러닝 모형은 블랙박스로 작동해 작동 방식에 대한 통찰을 거의 주지 않는다. MHC 1형 예측기인 NetMHCpan도 정확도는 높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블랙박스로 분류된다. 인공신경망 모형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설명 불가능한 해답을 내놓아 신뢰를 떨어뜨린다.
일반화와 강건성
AI 모형은 학습셋 밖에서 자주 실패한다. 한 집단의 데이터로 학습한 모형은 새롭거나 다른 집단에서 성능이 떨어진다. 많은 HLA-I 예측기가 흔한 대립유전자에서는 정확하지만 희귀 HLA 유형에서는 부실하다.
윤리와 사회적 제약
AI 모형 개발은 민감한 건강·유전 데이터를 요구한다. 동의 없이 개인 유전체 서열로 모형을 만들면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기고, 학습셋이 특정 민족 집단이나 저소득 지역을 과소대표하면 AI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건강 불평등을 드러낸다. 공정성을 강제하고 모형을 감사하지 않으면 격차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규제의 공백
AI 백신 개발을 평가할 확립된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규제 기관이 신중해진다. FDA와 EMA는 AI에 관한 일반 지침만 갖고 있을 뿐 백신 개발에서 AI를 검증하는 표준화된 규약이 없다.
임상 전환의 벽
계산 모형은 후보 항원과 제형을 지명할 수 있지만 실험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에피토프나 보조제를 찾아낸 모든 AI 모형은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실험실·동물 시험을 거쳐야 한다. AI가 HLA 결합을 근거로 어떤 펩타이드를 높은 면역원성으로 예측해도, 모형에 담기지 않은 요인 때문에 사람에서의 실제 면역 반응은 약할 수 있다.
다섯 개의 권고
- 데이터 공유와 표준 — 개방적이고 방대하며 품질 높은 데이터셋과 공통 데이터 형식이 더 견고한 AI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협력 저장소를 다양한 병원체로 확대해야 하고, 공동체 벤치마크와 도전 과제가 모형 개선과 재현성을 이끈다.
- 학제 간 협력 — 백신학자, 면역학자, 데이터 과학자, 임상의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학제 간 팀이라야 실제 백신 문제에 답하는 AI 모형을 공동 설계할 수 있다.
- 벤치마킹과 검증 체계 — 공개 데이터를 쓰는 표준화된 평가 규약을 채택해야 한다. 실험적 정답과의 엄격한 벤치마킹이 어느 알고리즘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밝힌다. 표준화 기구와 컨소시엄이 그 지침을 세울 수 있다.
- 모형 설명가능성의 우선 — 해석 가능한 기계학습 기법의 도입이 채택의 관건이다. 모형은 백신 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설명가능 AI 연구와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에 대한 투자가 과학자와 규제 당국의 신뢰를 만든다.
- 인간 전문성과 윤리적 감독의 통합 —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해야 한다. 전문가가 AI가 생성한 가설을 실험과 임상으로 평가해야 하고, 윤리적 감독이 데이터 사용과 모형 개발을 이끌어 프라이버시와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다섯 권고는 여섯 한계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 데이터(5.1)에는 권고 1이, 해석가능성(5.2)에는 권고 4가, 윤리(5.4)에는 권고 5가 대응한다. 일반화(5.3)에는 권고 3이 부분적으로 닿는다.
그런데 규제 공백(5.5)과 임상 전환(5.6)에는 대응하는 권고가 없다. 이 둘은 연구자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기관이 만들어야 하고, 임상 전환에는 시간과 돈과 환자가 필요하다. 권고 목록의 빈칸이 오히려 정직하다.
이 장이 남기는 것
이 장의 구조 자체가 논지다. 2–4절에서 이득을 적고 5절에서 한계를 적는다. 같은 파이프라인을 두 번 훑는다. 성과만 나열하는 서술보다 이 편이 읽는 사람에게 더 쓸모 있다.
여섯 개의 한계는 실은 하나에서 갈라진다. 데이터가 작고 편향되어 있다. 희귀 HLA 대립유전자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블랙박스가 문제가 되는 것도, 임상에서 예측이 빗나가는 것도 결국 여기로 수렴한다.
다섯 권고는 규제 공백과 임상 전환에 답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혼자 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술적 권고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표 9.1의 기간(10–15년 vs 6년), 비용(28억 달러), AUC 0.72의 위치는 본문 또는 다른 장과 어긋난다. 표를 인용하기 전에 본문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 책에서 백신을 다룬 장은 셋이다. 7장은 개념을, 8장은 기록을, 9장은 장부를 맡았다. 셋 중 학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은 8장이다. 날짜라는 검증 가능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무자가 가장 오래 들여다볼 만한 것은 이 장이라고 본다.
이유는 5절이다. 앞의 두 장도 한계를 언급하지만 결론 근처에 짧게 붙인다. 이 장은 여섯 개를 각각 절로 세우고 구체적인 사례를 붙인다. NetMHCpan 학습셋의 HLA-II 대립유전자가 몇 종뿐이라는 것, DeepVacPred가 데이터 부족 때문에 분류 임계값을 낮춰야 했다는 것. 이런 문장은 홍보 문서에 실리지 않는다.
다만 이 장 자체에도 검증이 필요한 곳이 있다. 표 9.1의 숫자들이 본문 및 다른 장과 어긋난다. 비용 28억 달러는 이 책의 6장에서 중추신경계 약물 개발비로 나온 값이고, 7장은 백신 비용을 5억–20억 달러로 적었다. AUC 0.72는 본문에서는 AI의 성과인데 표에서는 개선 전 기준선이다. 한계를 정직하게 적는 장의 표에 이런 어긋남이 있다는 것은 얄궂다.
그래서 이 장을 읽는 법은 이렇다. 5절과 6절부터 읽고, 그다음에 2–4절로 돌아가는 것. 한계를 먼저 알고 나면 이득의 목록이 어디까지 믿을 만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이 장에만 해당하는 조언이 아니다. 이 책 전체에, 그리고 이 분야의 모든 문헌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