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감시라는 말은 어렵게 들린다. 뜻은 단순하다. 약을 먹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지켜보고, 이해하고, 막는 일이다. 이 장은 그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답한다.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장이 다루는 것은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도와 사람과 기반의 이야기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는 이렇다. 이상반응과 약물 관련 문제를 탐지하고 평가하고 이해하고 예방하는 과학이다. 약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고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 위험과 이익을 계속 재는 일이다. 공중보건은 이 감시 위에 서 있다.
실세계 데이터에서 새로 나타나거나 달라지는 이상반응을 찾아낸다.
찾아낸 위험을 평가하고, 알리고, 줄인다.
임상시험이 만든 근거를 넓힌다. 드물게 나타나거나 오래 지나서야 드러나는 효과를 밝힌다.
자발적 보고 체계에 기댄다. 의료인과 환자가 자진해서 이상반응을 보고한다.
코호트 사건 모니터링, 감시초소 감시, 전자건강기록 마이닝으로 체계적으로 자료를 모은다.
임상시험은 네 단계를 지난다.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지원자에게서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과 약력학을 본다. 2상은 환자 집단을 넓혀 효과와 즉각적인 이상 효과를 본다. 3상은 크고 다양한 인구에서 효과를 확인하며 기존 치료와 견준다. 4상은 시판 후 실제 환경에서 장기 안전성과 효과를 추적한다.
감시의 중심에는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가 있다. 독립된 전문가들이 쌓이는 시험 자료를 검토하며 참가자의 안전과 과학적 타당성을 함께 지킨다. 이들에게는 시험을 계속할지, 고칠지, 멈출지 권고할 권한이 있다.
여기에 현장 실사와 프로토콜 준수 점검,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의 확인, 원자료의 검증, 이상사례의 문서화가 따라붙는다. 저·중소득국의 부족한 자원이 이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시험의 무결성을 위협한다.
약물감시의 가장 큰 장애는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는 것이다. 저·중소득국에서 특히 그렇다. 그런데 이것을 의료인의 태만으로 돌리면 문제를 잘못 짚는 것이다. 원문이 드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임상의 책무가 과중하면 보고할 시간이 남지 않는다.
어떻게 보고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이상반응을 기록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고, 그것이 당장 어떤 임상적 이득이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약물감시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관의 프로그램이 없다.
종이 문서를 쓰는 수동 체계가 이 한계를 더 키운다. 입력이 늦고, 옮겨 적다가 틀리고, 기관 사이에 자료를 나누기 어렵다. 전자건강기록이 없거나 서로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는 빠른 신호 탐지도 즉각적인 감시도 불가능하다.
임상시험 감시도 사정이 같다. 현장 방문 일정이 들쭉날쭉하고, 프로토콜 준수가 일정하지 않으며, 훈련받은 모니터 요원이 모자란다. 그 결과는 하나로 모인다. 자료의 질이 떨어지고, 안전 신호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환자의 위험이 커진다.
막연히 좋아진다는 말은 쓸모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따져야 한다. 원문이 드는 것은 셋이다. 하나씩 본다.
지금의 약물감시 체계는 정형화된 보고서를 다룬다. 그래서 자유롭게 적은 진료 기록, 퇴원 요약, 환자가 인터넷에 남긴 후기 속의 정보를 꺼내 쓰지 못한다. 자연어처리는 그 비정형 텍스트에 손을 댄다.
증상과 약물의 연관을 분석하고, 시간의 순서를 따지고, 의미의 양상을 짚어 임상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가려낸다. 훈련은 세계보건기구의 VigiBase, 유럽연합의 EudraVigilance, 각국의 약물감시 체계 같은 대규모 자발적 보고 데이터베이스로 이루어진다.
개체명 인식과 감성 분석과 인과 모델링을 함께 쓰면 알려진 이상반응과 알려지지 않은 이상반응을 더 이른 단계에서 찾아낼 수 있다. 임상 인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을 때 자동화된 도구가 사람의 실수를 줄이고 규모를 키운다.
라벨이 붙은 이상반응 데이터로 훈련해, 약물의 성질과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과 임상 이력을 분석해 이상반응을 예측한다.
라벨이 없거나 구할 수 없을 때 쓴다. k-평균과 계층적 군집화로 알려지지 않은 약물–사건 쌍의 양상을 찾아낸다. 숨은 구조를 드러내고, 더 살펴볼 만한 이상반응이나 환자 유형의 묶음을 제안한다.
약물끼리의 상호작용, 약물과 질환의 관계, 약물과 유전체의 연관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도 다룬다. 이런 얽힘에서 비롯한 비전형적 이상반응은 기존 방법으로 잡아내기 어렵다. 약물유전체 정보를 임상 변수와 함께 넣으면 개인의 이상반응 감수성까지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유전체 감시 역량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기존의 임상·인구학 자료만으로 위험을 층화하고 신호를 키우는 편이 현실적인 답이 된다.
기존의 시판 후 감시는 늦은 보고와 주기적 검토에 기댄다. 새 우려를 빨리 찾기 어렵다. 인공지능 체계는 병원의 전자건강기록, 약국의 조제 데이터, 사회관계망과 환자 게시판에서 이상사례 신호를 자동으로 뽑아낸다. 위험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예측 모델링은 과거 이상사례 기록과 환자 정보, 약물 사용 양상을 합쳐 약물별 위험 점수를 내놓는다. 이상반응을 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환자군이 가장 위험한지를 미리 알려준다. 의료진이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능성을 말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르다. 원문은 세 나라의 사례를 든다. 그리고 각각에서 키르기스스탄이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짚는다.
다만 원문이 이 세 사례에 붙인 서술은 각각 서너 문장에 그친다. 도입 전후의 탐지 건수나 처리 시간 같은 구체적 성과 수치는 제시되지 않는다. 가능성의 예시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이 장의 핵심은 여기 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다섯 가지가 없어서다. 순서를 매겨 본다.
의료기관이 종이 문서를 쓴다. 그러면 인공지능을 훈련하고 배치하는 데 필요한 질 높은 실시간 자료를 얻을 수 없다.
전자건강기록이 있어도 조각나 있고, 서로 연결되지 않으며, 쓰는 용어가 제각각이고, 환자의 이력이 이어지지 않는다. 믿을 만한 인터넷과 안전한 저장 체계, 클라우드 기반이 없는 것도 농촌에서 특히 큰 문제다.
자료를 한데 모을 수 없으니 실시간 감시도, 여러 기관이 함께하는 시험도 불가능하다. 좋은 모형은 크고 깨끗한 자료를 먹고 자란다. 그런데 기록은 불완전하고, 추적 관찰은 부실하며, 문서화 관행은 일정하지 않다.
제도는 기술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그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많은 나라의 의약품 규제기관에 약물감시와 임상시험에 쓰이는 인공지능 도구를 평가할 지침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규정이 없으면 만드는 쪽은 무엇을 지켜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도입은 늦어지며, 그 사이에 환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노출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디지털 보건 법제에는 데이터의 소유권, 알고리즘의 책임, 인공지능 체계의 준수 방법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다.
국경을 넘는 시험은 더 어렵다. 자료 이전의 문제, 지적 재산권의 충돌, 프로토콜 표준화의 요구가 겹친다. 양자 또는 다자 협정이 없으면 법적 장애가 협력을 막는다.
임상연구와 데이터 과학을 함께 아는 인력이 크게 모자란다. 의학과 보건 교육과정에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분석, 디지털 보건 기반의 관리에 대한 정규 훈련이 없다.
그리고 의료인은 인공지능 도구를 미덥지 않게 볼 수 있다. 불투명하거나 진료의 흐름을 흐트러뜨린다고 느낄 때 특히 그렇다. 기술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를 쌓는 조치와, 데이터를 책임 있게 쓰는 법과, 사람과 기계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함께 있어야 한다.
생물정보학 단위와 연구 지원 인력, 데이터 보안 전문가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고소득국의 자료로 훈련된 모형은 키르기스스탄의 다양한 민족적·사회경제적 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러면 예측이 틀리고, 이상사례가 잘못 분류되며, 시험 참여가 고르지 않게 되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여기에 불투명성이 겹친다. 많은 알고리즘, 특히 깊은 신경망은 어떻게 결정에 이르렀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면 의료인과 시험 연구자가 그 권고를 검증할 수 없고, 신뢰가 줄고 채택이 늦어진다.
동의의 문제도 커진다. 민감한 환자 자료를 처리하고 반쯤 자동으로 결정을 내리는 체계에서는, 자료가 어떻게 쓰이고 저장되는지, 분석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환자에게 온전히 알려야 한다. 윤리 심의 기구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들어가야 하고, 동의 절차 자체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이 장의 가장 무거운 경고다. 윤리적 거버넌스가 자리 잡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대신 키우게 된다.
지역의 사정에 맞는 구체적인 윤리 기준을 세우는 일이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되는 이유다.
진단이 있으면 처방이 있어야 한다. 원문은 네 갈래로 정리한다. 순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책이 먼저고, 사람이 그다음이다.
이 장은 문제의식이 좋다. 저·중소득국의 약물감시를 정면으로 다룬 장은 이 책에서 여기뿐이다. 다만 그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방식에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아래는 인용하려는 사람을 위한 목록이다.
Brown et al., 2022Ehrenstein et al., 2019Martin et al., 2022Fu et al., 2025Yuba and Iwasaki, 2022Abd-Alrazaq et al. (2023)은
의학 교육에서의 대규모 언어모형에 관한 논문이다.
‘협력’ 항목의 근거로 든 Cook-Deegan et al. (2024)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학제 간 글로벌 보건 연구에 관한 논문이다.
두 문헌 모두 해당 권고를 직접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
Centre, U. M. (n.d.)이라는 저자명으로 등록되어 있고 연도가 없다.
Dixon et al., (n.d.)도 마찬가지다.
자동 수집 도구를 거친 흔적으로 보인다.
and로 평평해진다.
“The detection of ADRs receives substantial enhancement through AI NLP”,
“Pattern recognition in pharmacovigilance receives advanced tools from Machine Learning”,
“underreporting and delayed signal detection and fragmented data systems”,
“systemic and regulatory and technical solutions” 같은 식이다.
본 요약에서는 원래의 뜻으로 되돌려 옮겼다.
tools ChatGPT was used처럼 수 일치가 어긋난 곳이 있다.
The author, Mohd Faizan Siddiqui extends heartfelt thanks…”처럼
제1저자 한 사람만을 단수로 지칭하고,
바로 다음 문장은 “The author(s) declare”로 복수를 병기한다.
사소하지만 일관되지 않다.
제1저자의 자기 인용은 세 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