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서 유전체로, 유전체에서 AI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질병 유발 유전 변이의 식별을 가능하게 했고, 트라스투주맙과 이마티닙 같은 표적 억제제의 길이 열렸다. 경험의학의 긴 시대에서 유전체와 빅데이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질병 감수성과 치료 결과를 함께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TPMT 유전형 검사가 개인별 용량 결정을 검증했다.1.1.1 정밀의료와 개인 맞춤 의료는 어떻게 다른가
정밀의료
유전체학, 분자 프로파일링, 계산 분석을 결합한 지식 주도의 접근이다. 특정 치료에 잘 반응할 환자 하위집단을 식별한다. 시간적·분자적 층(strata)을 제공하는 쪽이다.
개인 맞춤 의료
그 발견을 임상에 적용하는 일이다. 개인의 생물학적·환경적·생활 특성에 맞춰 치료를 조정한다. 둘 다 ‘모두에게 하나’를 대체하려 하지만, 앞의 것은 층을 나누고 뒤의 것은 적용한다. HER2 양성 유방암의 트라스투주맙이 두 지식을 짝지은 예다.
1.2 층화란 무엇인가
층화는 임상 소견, 생활 요인, 유전 정보, 바이오마커에 근거해 환자를 하위집단으로 묶는 일이다. 더 정확한 치료 배정과 예후 판단을 위해서다. 표적 치료의 효과는 환자를 생물학적으로 유의미한 하위집단으로 분류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
백반증, 유방암, 다발성 경화증이 좋은 사례다.
층화가 협대역 자외선B(NB-UVB) 광선치료, PARP 억제제, 질병조절치료제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근거가 되는 바이오마커는 DEFB1 다형성이나 신경섬유 경쇄(NfL) 같은 것들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가
이 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 표 11.2다. 층화의 기준을 일곱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에 질환 사례와 임상적 쓸모를 붙였다.
| 기준 유형 · 사례 | 임상적 쓸모 |
|---|---|
| 임상 CLINICAL | |
| 분절형 vs 비분절형 백반증 | 예후를 판단하고 광선치료 적합성을 가른다 |
| 삼중음성 유방암 (TNBC) | PARP 억제제 또는 면역치료 대상을 층화한다 |
| 재발완화형 vs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 고효능 질병조절치료제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
| 유전 GENETIC | |
| BRCA1/2 변이 (유방·난소암) | PARP 억제제 반응을 예측하고 위험 감소 전략을 알려 준다 |
| DEFB1-44 C/G 다형성 (백반증) | NB-UVB 치료 반응을 예측한다 |
| HLA-B*15:02 대립유전자 (아시아인 뇌전증) | 카바마제핀의 금기 사유.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위험을 줄인다 |
| 바이오마커 BIOMARKER | |
| CXCL10 혈청 수치 (백반증, 루푸스) | 염증 활동을 나타낸다. JAK 억제제나 항인터페론 치료의 사용을 이끈다 |
| HER2 과발현 (유방암) | 트라스투주맙 등 HER2 표적 치료의 적격을 결정한다 |
| 혈청 신경섬유 경쇄 (다발성 경화증) | 신경 손상을 예측한다. 조기 질병 감시에 쓰인다 |
| 전사체 · 오믹스 TRANSCRIPTOMIC | |
| PAM50 유전자 시그니처 (유방암) | 내재적 아형을 층화해 개인 맞춤 항암화학요법을 결정한다 |
| T세포 수용체(TCR) 다양성 (흑색종, 자가면역) | 면역 반응성을 평가해 면역치료 반응 가능성을 층화한다 |
| 생활 · 심리사회 LIFESTYLE | |
|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백반증, 건선) | 공유 의사결정과 치료 선택(전신 vs 국소)을 이끈다 |
| 순응 가능성과 건강 문해력 (만성질환) | 장기 요법의 성공을 예측하고 디지털 개입 선택을 이끈다 |
| 영상 IMAGING | |
| MRI 기반 뇌 위축 측정 (알츠하이머, MS) | 신경보호 치료와 임상시험 코호트를 층화한다 |
| 방사선체학 종양 특징 (폐, 교모세포종) | 조직병리 아형과 치료 결과를 예측한다 |
| 환경 · 노출 ENVIRONMENTAL | |
| 자외선 노출력 (백반증, 피부암) | 질병 위험을 조정하고 광선치료 계획에 영향을 준다 |
| 흡연 여부 (류마티스관절염, COPD, 크론병) | 중증도를 예측하고 생물학제제 사용 여부를 이끈다 |
HLA-B*15:02는 다른 항목들과 성격이 다르다. 나머지가 ‘어떤 약이 들을 것인가’를 말한다면, 이것은 어떤 약을 쓰면 안 되는가를 말한다. 아시아인 인구에서 이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카바마제핀을 쓰면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라는 치명적 피부 반응이 올 수 있다.
층화의 이득이 늘 ‘더 나은 치료’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해로운 치료를 피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이 표의 여러 항목 — HLA-B*57:01과 아바카비르도 뒤에 나온다 — 이 그 유형이다.
2.2 백반증이라는 사례
이 장은 백반증을 반복해서 예로 든다. 층화의 여러 축이 한 질환에서 어떻게 겹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임상 — 비분절형은 갑상선 질환 같은 자가면역 질환과 자주 동반되고, 분절형은 국소적 면역 반응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자가면역 동반이 덜하다.
- 유전 —
DEFB1-44 C/G의 GG 유전형이 백반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광선치료에 잘 반응할 가능성을 낮춘다. - miRNA —
miR-145와miR-155가 티로시나아제 관련 단백질과MITF를 표적해 멜라닌세포 증식과 색소침착 경로에 영향을 준다.miR-1과miR-135a는 산화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해 세포자멸사와 염증에 작용한다. - 면역 — 인터페론감마 케모카인 축과 연관된
CXCL10이 활동성 질환에서 높고, 진행 및 치료 무반응과 연결된다.
표현형만 보고 분자 데이터를 통합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구별 특징이 가려진다. 분절형과 비분절형이라는 이분법은 유용하지만, 자가면역 질환의 내재적 다양성을 놓친다.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비지도 기계학습과 다중양식 통합, 그리고 종단 데이터와 환자 보고 결과의 결합이다. 재현성이 개선된다.
나누는 기술
인구 분할
다중오믹스, 영상, 임상 데이터로 환자 아형을 구분한다.
CNN이 조직병리 아형을 분류했고, 군집화 알고리즘이 자가면역 질환의 면역학적 아형을 찾아냈다.
백반증에서는 DEFB1 변이와 전사체·임상 프로파일을 함께 분석해
치료 반응이 다른 하위집단을 찾는다.
전자의무기록 마이닝
비정형 임상 서술을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꾼다. 백반증의 “색종이 조각 모양 탈색(confetti depigmentation)” 같은 NLP가 뽑아낸 병변 기술어가 환자 하위집단의 정밀한 기술을 가능하게 한다. 비정형 임상 기록에서 실세계 근거를 만들고 임상시험 코호트 선정을 개선한다.
다중양식과 대조학습
유전체 서열, 영상, 임상 데이터를 함께 넣어 통합 예측 모형을 만든다. 대조학습은 같은 환자의 방사선체학 종양 특징과 유전체 시그니처를 정렬하고 서로 다른 환자를 구별해 미묘한 하위집단 차이를 잡아낸다.
설명가능 AI와 위험 점수
SHAP과 LIME이 어느 특징이 모형 예측을 이끄는지 임상의가 이해하게 한다. 신뢰를 만들고 규제 준수를 뒷받침하며 위험 층화 점수의 근거를 제공한다.
| AI 기술 | 적용 영역 | 사례 |
|---|---|---|
| ML/DL 군집화 | 인구 분할 | 오믹스 데이터로 백반증 하위집단 식별 |
| EHR 마이닝 NLP | 표현형 추출 | 진료 기록에서 병변 기술어 추출 |
| 다중양식 학습 | 통합 환자 모형화 | 유전체와 영상을 결합한 아형 분류 |
| 설명가능 AI (XAI) | 모형 투명성과 위험 예측 | 치료 선택의 위험 점수에 SHAP/LIME 적용 |
층화 지도
이 장의 뼈대는 표 11.6이다. 질환마다 어떤 데이터를 넣었고, 어떤 모형으로 나눴고, 어떤 하위집단이 나왔고, 그래서 치료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네 칸에 적는다. 아래는 그 표에 표 11.3(바이오마커)과 표 11.5(하위집단별 치료)의 내용을 더해 정리한 것이다.
4.1 하위집단을 겨냥한 약물 재창출
층화된 코호트를 찾아내면 기존 약이 들을 만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완전히 새 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싸고 빠르다.
백반증에서는 전사체·면역 프로파일링으로 하위집단을 나누고,
IFN-γ와 CXCL10 케모카인 분비 같은 질병 악화 표지가 그 기준이 된다.
그 결과 JAK 억제제 — 룩솔리티닙, 토파시티닙, 바리시티닙 — 가
이 경로에 작용하는 유망한 재창출 치료제로 지목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화학적 WNT 작용제가 분자 경로 분석을 통해 도출되었다. 멜라닌세포 줄기세포의 분화와 부착을 촉진해, 백반증 피부에서 자주 관찰되는 E-카데린 발현 이상을 교정한다.
4.2 치료 개인화의 실제
백반증 치료의 목표는 진행을 막고 재색소침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재색소침착은 인접한 멜라닌세포의 수평 이동이나 모낭 멜라닌세포의 수직 이동으로 일어난다. 이 장은 개인화 알고리즘을 이렇게 정리한다.
- 모낭 주위 색소침착이 있고 백모증이 없는 안정된 병변 → 국소 치료와 광선치료
- 백모증을 동반한 1cm 초과의 융기 병변 → 이식술
CXCL10이 높은 고활동성 병변 → 면역조절제(JAK 억제제)
4.3 세 개의 사례 연구
실행 가능한 하위집단
OncodynamiX 같은 정밀종양학 플랫폼이 RNA-seq, 단백체, 변이 프로파일을
지도 기계학습과 결합해 실행 가능한 변이와 병용 요법을 찾는다.
비소세포폐암의 RET 융합 양성과 KRAS 야생형 췌장 종양이
AI로 발견된 하위집단이며, RET 억제제와 키나아제 표적 치료가 전향적으로 쓰였다.
조기 반응자와 후기 반응자
MRI, EHR, 사이토카인 프로파일의 비지도 군집화와 랜덤포레스트로 조기 반응자와 후기 반응자를 구분한다. 조기 반응자는 1차 치료로 이익을 얻고, 후기 반응자는 고효능 약제로의 상승이 필요할 수 있다.
IFN-hi와 IFN-lo
NLP로 전사체와 EHR 데이터를 분석해 인터페론 고발현군과 저발현군을 찾아냈다. IFN-hi 환자는 항인터페론 생물학제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고, IFN-lo 환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DNA 메틸화 양상 같은 후성유전 표지가 하위집단 식별을 더 정밀하게 만든다.
루푸스 사례의 ‘논의’와 ‘결론’(4.3.3.5–4.3.3.6)이 다발성 경화증 사례의 해당 절(4.3.2.5–4.3.2.6)과 글자 그대로 같다. 루푸스를 다루는 자리에 다발성 경화증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내용의 신뢰도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이 장을 인용할 때는 절 번호가 아니라 실제 내용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통찰에서 행동으로
층화 결과는 그 자체로 진료가 되지 않는다. 임상의가 진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권고로 번역되어야 한다. 그 다리가 CDSS다.
- 층화 결과의 운용 — 유전 변이, 바이오마커 프로파일, 표현형 군집을 결합해 환자별 위험 평가와 치료 제안을 만든다. 약물유전체(PGx) 정보를 넣으면 ‘맞는 약을, 맞는 용량으로, 맞는 때에’가 가능해진다. 새 임상·분자 데이터가 쌓이면 위험 점수와 제안이 동적으로 갱신된다.
- EMR 통합 — 유전자 검사 결과, 검사 수치, 임상 기록을 자동으로 불러와
업무 흐름을 끊지 않고 지속적 위험 층화와 의사결정 지원을 제공한다.
HL7 FHIR같은 표준 기반 데이터 교환 규약이 이질적 데이터를 조화시킨다. - 사람의 문제 — CDSS 채택의 성패는 사용자 중심 설계와 해석가능성에 달려 있다. 의사들은 인지 부담을 줄이고 오류를 줄이는 CDSS를 반긴다. 다만 AI에 대한 과의존, 기술 퇴화, 업무 흐름 방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맞춤형 알림, AI 출력의 명료한 설명, 임상의 피드백 루프가 대응책으로 제시된다.
윤리와 운영
6.1 공정성, 편향, 프라이버시
대표성 없는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형은 건강 격차를 유지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고소득 인구가 지배하는 학습 코호트로 만든 모형은 역사적으로 과소대표된 인구 — 인종적 소수자, 농촌 인구 — 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유전적으로 규명된 조상(ancestry) 대신 인종(race) 같은 사회적 범주를 쓰면 오분류가 생기고 효과 없는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적은 이 책의 다른 장들이 ‘데이터가 유럽계에 치우쳤다’고만 말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다. 문제는 데이터의 구성만이 아니라 변수를 정의하는 방식에도 있다.
6.3–6.4 희귀질환과 저·중소득국
데이터가 너무 적다
희귀질환은 데이터셋이 극히 작고 파편화되어 있어 층화의 기회 자체가 막힌다. 가능한 돌파구로 합성 데이터 생성, 연합 모형화, 국제 희귀질환 컨소시엄이 제시된다.
저·중소득국의 실제 사례
모바일 헬스 플랫폼이 당뇨와 결핵 같은 질환에서 대규모 환자 보고 결과 수집을 가능하게 했다. 인도–아프리카 유전체 협력(HIV, 결핵, 결핵/HIV 중복감염을 다루는 인도–남아프리카 공동연구 프로그램)이 연합학습의 실제 사례로 제시된다. 개인 식별 정보를 옮기지 않고 분산 데이터로 모형을 학습한다.
6.5 다섯 개의 한계
일반화
좁은 데이터셋으로 학습한 기계는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실패한다. 그 결과 임상 진료에서 나오는 권고의 신뢰성이 무너진다.
데이터셋 편향
특정 집단이 과다대표되면 — 유전체 연구에서 유럽계 비히스패닉 백인의 비율이 높은 것처럼 — 모형이 부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
과적합
부적절한 학습–검증–시험 분할과 외부 검증의 부재가 내부 데이터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능 지표를 낳고, 실세계 예측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블랙박스의 복잡성
딥러닝 모형은 복잡성을 다루지만 해석가능성이 없다. 학습에는 유리하지만 임상 워크플로에서 위험–편익 판단에 대한 불신을 낳고 규제 승인을 어렵게 만든다.
자원 부담
다중양식 데이터로 구축한 AI는 상당한 학습 계산 자원을 요구한다. 저·중소득국 의료 체계에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 과제 영역 | 대응 전략 | 사용 중인 도구 |
|---|---|---|
| 공정성과 편향 | 다양한 인구를 데이터셋에 포함, 편향 감사, 하위집단별 성능 보고, 공정성 인식 알고리즘 | AI Fairness 360 (IBM) · Google What-If · 하위집단 보고 대시보드 |
|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 | 비식별화, 동적 동의, 연합학습, 암호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 | GA4GH · OpenMined · NVIDIA Clara · 연합 병원 컨소시엄 |
| 해석가능성과 신뢰 | 설명가능 AI 기법 적용, 임상의 참여형 시스템 설계, 임상 대시보드에 모형 근거 통합 | SHAP · LIME · ELI5 · Glassbox · MIT Model Cards |
| 규제와 법적 준수 | 적응형 규제 모형 채택, 투명한 문서화, 지속적 시판 후 감시 | FDA 디지털헬스 소프트웨어 사전인증 프로그램 · EMA 적응형 경로 |
| 희귀질환과 과소대표 집단 | 합성 데이터, 연합 모형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국제 희귀질환 레지스트리 확대 | RareX · Simulacrum · NIH NCATS 플랫폼 |
다음 지평
합성 코호트
GAN과 VAE 같은 생성 AI가 만든 환자 데이터셋이다. 실제 환자 집단의 성질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코호트 구성의 균형을 맞춰 편향을 줄이고, 윤리적 제약 없이 시나리오를 시험할 수 있다. 실제 데이터가 부족해 불가능했던 인실리코 실험의 문을 연다.
디지털 트윈
종단 다중오믹스, 임상, 영상, 생활 데이터를 담은 고해상도 가상 모형이다. 질병 궤적과 약물 반응을 인실리코로 모형화한다. “만약 이렇게 하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변경의 결과와 잠재적 부작용, 약물 상호작용을 미리 볼 수 있다.
국제 형평
정밀의료의 약속은 세계적이고 형평한 접근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국제적 데이터 공유, 기술 이전, 저자원 환경을 위한 문화 민감적 워크플로가 필요하다. 정밀의료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과 환경 요인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이 장이 남기는 것
이 장의 가장 유용한 형식은 표 11.6의 네 칸이다. 데이터 → 모형 → 하위집단 → 치료 조정. 질환이 무엇이든 이 네 칸을 채울 수 있으면 층화가 성립하고, 한 칸이라도 비면 성립하지 않는다.
HLA-B*15:02와 카바마제핀, HLA-B*57:01과 아바카비르. 층화의 이득이 늘 ‘더 나은 약’인 것은 아니다. 해로운 약을 피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인 경우가 있다.
6.1절의 지적이 이 장에서 가장 날카롭다. 사회적 범주인 인종을 유전적 조상 대신 쓰면 오분류가 생긴다. 문제는 데이터의 구성만이 아니라 변수를 정의하는 방식에도 있다.
이 장은 백반증을 반복해서 예로 든다. 임상형, 유전 다형성, miRNA, 면역 바이오마커, 삶의 질, 자외선 노출력이 한 질환에서 모두 만난다. 층화의 일곱 축을 한 번에 보여 주는 사례다.
이 장은 이 책에서 표가 가장 많다. 일곱 개다. 그리고 그 표들이 이 장의 실제 내용이다. 본문은 표를 설명하는 역할에 가깝다.
편집은 고르지 않다. 루푸스 사례의 논의와 결론이 다발성 경화증 절과 글자 그대로 같고, 8.1절 마지막에는 “정밀 농업 생태계(precision-farming ecosystem)”라는 말이 나온다. 6.2절의 문체는 갑자기 구어체로 바뀐다. 표 11.1에는 실제 문서에 없는 아이콘을 설명하는 열이 남아 있다. 서둘러 마무리한 흔적이다.
그럼에도 이 장이 이 책 안에서 갖는 자리는 분명하다. 앞의 열 장이 각각 하나의 질환이나 하나의 기술을 다뤘다면, 이 장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 문법을 제시한다. 5장의 암 이질성도, 6장의 뇌 질환 이질성도, 10장의 알츠하이머 하위집단도 결국 같은 네 칸으로 정리된다. 이 책을 하나로 묶는 문법이 있다면 그것은 층화다.
다만 마지막 문장 하나는 짚어야겠다. 이 장은 “환자 층화는 더 이상 연구 사업이 아니며 운영 수준에서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끝맺는다. 그런데 6.5절이 방금 나열한 다섯 한계 — 일반화 실패, 데이터 편향, 과적합, 블랙박스, 자원 부담 — 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선언과 진단 사이의 거리가 이 장에도 있다. 표 11.6의 네 칸을 채울 수 있는 질환이 아직 열 개 남짓이라는 사실이 그 거리의 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