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예외
이 장은 서론에서 두 가지를 나란히 적는다.
하나는 AI 기반 모형의 긴 목록이다 —
AlphaFold, DeepChem, IBM RXN, Chemprop,
MolFormer, MolGAN, BenevolentAI,
DeepScaffold, AIScaffold, DESMILES.
다른 하나는 이 문장이다.
1.1 할리신이 어떻게 나왔나
2,300개에서 하나로
MIT에서 개발한 심층신경망(DNN)으로 약 2,300개 화합물을 선별해
대장균의 증식 억제를 예측했다.
유력 후보를 DNN 학습에 넣고, 그 모형을 Drug Repurposing Hub와
SU3327에 다시 적용해 항균 활성을 예측했다.
ESKAPE까지
결과로 나온 리드 후보가 할리신이다. 대장균뿐 아니라 ESKAPE 병원체 — 장구균, 황색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녹농균, 엔테로박터 — 와 여러 다제내성 병원체에도 강력한 억제 활성을 보였다. 광범위 항균 활성으로 여러 내성 유전자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 구동력의 교란
세균 막을 가로지르는 양성자 구동력(PMF)의 생성과 이용을 함께 무너뜨린다. 생성을 막으면 철 항상성과 필수 수송 과정이 방해받고, 이용을 막으면 ATP 합성이 손상된다.
왜 이 하나가 중요한가
기전이 기존 항생제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표적을 공유하지 않으므로 이미 축적된 내성 기제가 통하지 않는다. AI가 사람이 좁혀 놓은 화학 공간 바깥에서 후보를 골라냈다는 사례로 반복 인용된다.
2 왜 계산으로 옮겨 갔는가
전통적 방법 — 습식 실험실에서의 시행착오 — 는 ADMET 성질이 부적합하고, 노동집약적이며, 정확도가 매우 낮고, 비싸며, 실패율이 높다. 그래서 컴퓨터 보조 약물 설계(CADD)가 등장했다. 파마코포어 모형화, QSAR 모형화, 구조 기반 가상 스크리닝, 분자 도킹,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이 그것이다.
여기에 AI가 붙은 목록이 이 장에서 가장 길다.
DeepGO, DeepTarget, RoseTTAFold, DeepPocket,
DeepSite, AtomNet, GNINA, DeepDock,
MolPal, AlphaFold-MD, DeepDriveMD, ADMETlab,
ANTIBIOTICS.AI, DeepAntibiotics, DrugRepV, BANDIT.
2절 첫머리에 “1924년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이라는 서술이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은 1928년이다.
같은 문단이 항생제의 황금기를 1940–1970년대로 적는 것은 통상적 서술과 맞는다. 연도 하나의 문제이지만, 널리 알려진 사실이 어긋나 있으면 덜 알려진 수치도 확인하게 된다.
검산
5절은 이 장에서 가장 기술적인 부분이다. 아홉 개의 평가 지표를 정의하고 각각의 수식을 적는다.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 정밀도, F1, AUC, MSE, MAE, RMSE.
평가 지표의 정의는 검산할 수 있다. 아래는 혼동행렬 하나를 정해 놓고, 원문에 적힌 공식과 표준 정의를 나란히 계산한 것이다.
특이도는 원문에 TP / (TN + FP)로 적혀 있다.
분자에 참양성(TP)이 들어가 있다. 표준 정의는 TN / (TN + FP)다.
특이도는 음성인 것을 음성으로 맞히는 비율이므로 분자는 참음성이어야 한다.
AUC는 원문에 FP / (TN + FP)로 적혀 있다.
그것은 위양성률(FPR)의 정의다.
AUC는 하나의 혼동행렬로 계산되는 비율이 아니라
판정 임계값을 옮기며 그린 ROC 곡선 아래의 면적이다.
같은 절이 “AUC는 양성과 음성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 재는 값”이라고
맞게 설명해 놓고 수식만 다른 것으로 적혀 있다.
MSE는 원문에 Σ(xᵢ − x̂ᵢ)로 적혀 있다.
제곱이 없고 1/n도 없다. 이 식은 오차의 단순 합이어서
양수 오차와 음수 오차가 상쇄된다.
바로 아래 MAE와 RMSE에는 절댓값과 제곱근이 제대로 들어가 있으므로,
조판 과정에서 지수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덧붙여 수식 아래 약어 설명에 “TF = 참양성”이라 적혀 있다. TP의 오기다.
이 공식들은 이 장이 제안하는 열 개 모형의 성능을 판정하는 잣대다. 5절의 제목 자체가 ‘모형 성능 평가 지표’다.
특이도 공식이 틀리면 감수성과 내성을 가르는 분류기의 성능이 잘못 보고된다. 항생제 감수성 판정에서 특이도는 ‘내성이 아닌 균주를 내성으로 잘못 부르지 않는 능력’이고, 그것이 무너지면 쓸 수 있는 항생제를 버리게 된다.
이 지적이 이 장의 논지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 적힌 수식을 그대로 옮겨 쓰면 안 된다.
내성을 찾고 모형을 고른다
3 내성 탐지
바이러스와 세균의 내성을 탐지하는 데 쓰이는 검증된 AI 도구로
DeepARG, PATRIC, PathoFact, MetaMLST,
KARGA, AMRplusplus, 그리고 기계학습을 결합한 ResFinder가 꼽힌다.
이 데이터셋들이 병원성 바이러스와 세균의 내성 양상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4 데이터에서 모형까지
학습 모형을 만들려면 먼저 항바이러스·항균 활성을 가진 분자를 약물 유사 화합물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야 한다.
ChEMBL, ChemDB, DrugBank, PubChem,
ZINC, COCONUT이 그 출처다.
전처리 후 학습 80퍼센트, 시험 20퍼센트로 나눈다.
이 장은 여기에 단서를 하나 단다. “잘 큐레이션되고 품질이 높으며 편향 없는 약물 유사 화합물 데이터베이스가 학습·시험된 모형의 신뢰성을 크게 좌우한다.” 정확한 평가 지표 결과를 얻는 일 자체가 데이터베이스의 품질과 표준화와 신뢰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자리
FDA와 EMA가 신약 발굴의 기계학습·딥러닝 모형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AI/ML을 쓰는 의료기기를 위한 우수 기계학습 실무(GMLP) 지침 원칙을 공동으로 제시했다. 다만 안전성, 재현성, 학습 알고리즘의 임상 검증에 대한 규제적 명확성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이 장은 적는다.
6 열 개의 모형
| 모형 | 성격 | 신약 발굴에서의 쓰임 |
|---|---|---|
| DT | 연속형과 상세 데이터를 모두 다루며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다 | 유전체 데이터에서 내성 예측 |
| LR | 범주형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의 연관을 판정한다. 단순하고 해석 가능하다 | 이진 내성 예측 |
| RF | 데이터 마이닝, 분류, 회귀에 쓴다. 학습 데이터 예측 정확도가 높고 특징 상호작용을 잘 다룬다 | 유전 마커 기반 내성 예측 |
| SVM | 고차원 데이터에 적합하다 | 내성 대 감수성 분류 |
| KNN | 비모수 지도 분류기. 구현과 해석이 쉽다 | 기준선 모형, 소규모 데이터셋 |
| GB | 구조화된 데이터에 적합하다 | MIC 값과 내성 표현형 예측 |
| NB | 지정된 특징으로 사례를 구분한다. 견고하고 고차원 희소 데이터에 적합하다 | 문헌에서 자연어처리 기반 내성 분류 |
| ANN | 입력층·은닉층·출력층의 최소 세 층으로 이루어진다 | 오믹스 데이터 기반 내성 예측 |
| CNN | 합성곱층과 풀링층으로 이루어진다. 유전체 서열의 공간 패턴을 학습한다 | DNA 서열에서 내성 유전자 탐지 |
| RNN | 순서·시간 문제에 쓴다. 순차 데이터를 잘 다룬다 | 전장유전체·메타지놈 서열 분석 |
다섯 단계
병원성을 부여하는 바이러스·세균의 새 표적을 찾는다. 오믹스 데이터와 숙주–병원체 상호작용 데이터를 함께 본다.
생물학적 표적에 결합할 수 있는 분자를 세포 기반·생화학 분석법으로 최적화한다.
다수의 히트 화합물을 바이러스·세균 표적에 걸어 시험한다.
가장 강력한 히트를 선택성과 ADMET 성질 관점에서 더 규명한다. 그 성질이 약동학과 약력학을 좌우한다.
최적화된 히트 가운데 안전성, ADMET, PK/PD, 생산 가능성을 근거로 가장 유망한 것을 고른다.
7.1 구체적으로 제시된 유일한 사례
도구 목록 사이에 실제 결과가 붙은 사례가 하나 있다.
DeepChem GraphConvModel이라는 CNN 모형으로
SARS-CoV-2의 주요 단백질분해효소(Mpro) 억제제를 찾은 연구다.
- 알려진 SARS-CoV Mpro 억제제 수백 개로 학습시킨 뒤
DrugBank를 가상 스크리닝했다. - 레보티록신, 아모바르비탈, ABP-700이 유력 후보로 나왔다.
- 상업적으로 구할 수 있는 데이터 포인트 약 1,000만 개로도 학습해 시험 데이터셋에서 ROC-AUC 약 0.86을 달성했다. 활성과 비활성을 잘 구분한다는 뜻이다.
원문은 곧바로 이렇게 덧붙인다. “실험적 검증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이 전략은 DeepChem을 비롯한 AI 도구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레보티록신은 갑상선호르몬제, 아모바르비탈은 바르비투르계 진정제, ABP-700은 마취제다. 셋 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지 않는다. 가상 스크리닝의 결과이지 임상적 발견이 아니라는 뜻이며, 원문의 ‘실험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단서가 정확히 그 지점을 가리킨다.
한계
- 모형 쪽 — 복잡성, 해석가능성, 확장성, 과적합.
- 데이터 쪽 — 이질성, 희소성, 학습과 시험 과정의 편향. 이 요인들이 학습 알고리즘의 예측 성능을 떨어뜨린다.
- 블랙박스 — 새 항바이러스제와 항균제의 발굴이 모형의 불투명성 때문에 여전히 어렵다.
- 설명가능 AI(XAI) —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모형을 비교하고 결과를 검증할 표준운영절차(SOP)가 없다. 다중오믹스 데이터와의 무제한 통합, 실시간 해석가능성, 협업 AI 모형, 그리고 데이터 출처·모형 가정·한계를 명확히 문서화하는 윤리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적는다.
9절 결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학습 알고리즘으로 만든 여러 AI 기반 모형의 개발이 항바이러스제와 항균제 발굴을 혁신해 값싸고, 견고하고, 매우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오염이 없고,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게 만들었다.”
그런데 바로 앞 8절은 임상시험 도달이 드물다고 적고, 1절은 시장에 나온 AI 유래 항균제가 할리신 하나뿐이라고 적는다.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은 특히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내성은 약이 널리 쓰인 뒤에 생긴다. 아직 임상시험에 도달하지 못한 화합물에 대해 내성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없다. 할리신조차 기전이 새롭다는 것이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 장이 남기는 것
할리신은 이 장의 중심이자 유일한 완성 사례다. 2,300개 화합물에서 시작해 ESKAPE 병원체까지 듣는 광범위 항균제가 나왔고, 기전이 기존 항생제와 다르다. AI가 사람이 좁혀 놓은 화학 공간 바깥에서 후보를 골라냈다는 증거다.
이 장에는 AI 도구 이름이 예순 개 넘게 나온다. 그런데 어느 도구가 어떤 사례에서 무엇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는 대부분 제시되지 않는다. 구체적 수치가 붙은 것은 DeepChem의 ROC-AUC 0.86 하나다.
5절의 아홉 공식 가운데 특이도와 AUC는 표준 정의와 다르고, MSE는 제곱과 1/n이 빠져 있다. 이 장의 수식을 그대로 옮겨 쓰면 안 된다.
8절은 “임상시험에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고 적고, 9절은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고 적는다. 두 문장 사이의 거리가 이 분야의 현재다.
이 장의 주제는 이 책에서 가장 시급하다. 항생제 내성은 2019년에만 500만 명에 가까운 죽음과 연관되었고, 2050년 예측치는 연간 1,000만 명이다. 암이나 알츠하이머와 달리 이미 있던 해법이 무너지고 있는 문제다. 그만큼 ‘AI가 답이다’라는 말이 나오기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장이 서론에서 “할리신을 제외하면 없다”고 적은 것은 중요하다. 8절이 “임상시험에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고 적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 두 문장이 있어서 예순 개 넘는 도구 목록을 어떤 무게로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9절 결론이 그 두 문장을 잊는다는 것이다. “값싸고, 견고하고, 매우 정확하고, 논리적이며, 오염이 없고, 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여섯 개의 형용은 앞의 여덟 절이 쌓아 온 유보를 한 문장에 지운다. 같은 장 안에서 가장 정직한 문장과 가장 앞서 나간 문장이 함께 있다.
그리고 5절의 수식 문제는 별개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검산의 문제다. 특이도의 분자가 참양성으로 적혀 있고, AUC가 위양성률로 적혀 있다. 모형 성능을 판정하는 잣대를 다루는 절에서 잣대 자체가 어긋나 있다. 이 장을 인용하려는 사람은 표 16.1과 7절의 도구 목록은 가져가되, 5절의 수식은 표준 교과서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다.